대우건설이 사업담당 김형 대표이사 사장과 관리담당 정항기 대표이사 사장의 각자대표이사체제에 발맞춰 조직을 개편했는데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된 역할분담이 주목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조직개편으로 신사업부문은 김형 사장이, 미래전략본부는 정항기 사장이 맡게 됐는데 신사업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곳과 발굴하는 곳을 맡는 대표가 다른 점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우건설 가치 높이기 역할분담, 김형은 신사업 추진 정항기는 발굴

김형 대우건설 사업담당 대표이사 사장(왼쪽), 정항기 관리담당 대표이사 사장.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사업의 발굴과 본격 추진을 맡는 대표를 따로 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발굴과 추진의 책임자를 따로 둬 각각 대표들이 집중하도록 해 신사업부문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각자대표체제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대외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단기적으로 대우건설의 매각을 대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에 앞서 두 각자대표이사가 사업부를 나눠 맡는 것과 관련해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장기적 성장을 위한 개편이 아닌 단기적으로 매각만을 바라본 임시방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 가운데 신사업부문 대표를 따로 둔 곳은 있지만 신사업부문 발굴과 추진의 책임자를 따로 둔 곳은 없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GS건설과 호반건설 등 오너일가의 승계와 관련해 새로운 경영성과가 필요한 회사들은 신사업 관련 대표로 오너 후계자를 내세웠다.

대우건설이 김형 사장의 지휘 아래 신사업과 관련해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건설정보모델링(BIM) 기반 스마트모델링 프로그램, 드론 관제 솔루션 강화, 부동산 통합정보시스템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2월에는 도면을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도 개발했다.

이에 더해 사용자가 전문적 지식이 없더라도 프로그램을 손쉽게 활용해 공사물량과 공사기간을 산출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던 것을 단 하루 만에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건설정보모델링 프로그램도 2월에 함께 내놨다.

1월에는 지역 등급, 분양가 산정 등 기능이 담겨 입찰참여를 위한 사업성과 위험성 검토과정에서 정확한 비교가치를 산출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부동산 통합정보시스템도 적용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인사 및 조직개편과 관련해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사업부분을 전담하는 사장과 지원본부 및 매각을 담당하는 사장으로 이원화하고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효율적 경영을 하겠다니 이 얼마나 건설업에 무지한 논리인가"며 "대우건설을 동네 구멍가게 취급하는 안일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만5천 세대에 가까운 분양성적을 내고 올해도 3만4천 세대의 분양계획을 내놓으며 국내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분양물량 목표를 세워 놓는 등 최근 주택부문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주택을 비롯해 신규수주 13조9126억 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규모의 신규수주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실적 호조를 보이자 대우건설 매각에 중흥건설, DS네트워크, 아부다비투자청, 중국건축공사,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등 많은 인수 후보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6월 말 예비입찰을 거쳐 7~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매각일정을 세웠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