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성분이름: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게 돼 환자의 치료 선택권이 넓어졌다.

다만 아두헬름의 효능 논란과 비싼 가격으로 시장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

▲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의 품목허가를 받은 아두헬름을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역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 네이처셀, 셀리버리 등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젬백스앤카엘은 국내 임상3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임상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네이처셀은 미국에서 임상2b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뒤 환자모집에 나서고 있으며 셀리버리는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젬백스앤카엘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GV1001의 국내 임상2상을 마치고 임상3상을 앞두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2019년 5월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GV1001은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만 사용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중등도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2020년 9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기존 GV1001 임상2상 시험계획에 경증 알츠하이머와 경도인지장애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해 개발할 것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젬백스앤카엘은 적응증을 추가하는 것을 놓고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알츠하이머협회가 발간한 학술지 ‘2020년 현재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분석’에서 GV1001은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질병조절제로 분류돼 있다.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공동대표이사는 2020년 12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를 대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다”며 “반면 GV1001은 다양한 복합기전을 보유하고 있는 약물이다”고 말했다.

젬백스앤카엘 관계자는 “GV1001은 뇌조직 내 염증을 개선하고 뇌신경세포의 면역기능을 복구하는 작용을 통해 알츠하이머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의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며 “알츠하이머 발생 기전에 접근하는 근본적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젬백스앤카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GV1001 임상3상 시험계획은 올해 4월 반려됐는데 치료제 효능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임상3상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환자 수 산정 및 1차 유효성 평가변수에 관한 보완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젬백스앤카엘은 이를 보완하고 있으며 조만간에 식약처에 임상3상 시험계획을 재신청하기로 했다. 또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 회장.

▲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 회장.


네이처셀은 줄기세포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스트로스템에 관해 2020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임상2b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임상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아스트로스템은 환자의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해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줄기세포치료제다.

네이처셀은 아스트로스템이 뇌조직 내 줄기세포를 자극해 뇌신경세포를 재생시키고 뇌조직 내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의 배출을 촉진시켜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되돌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 회장은 2020년 10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기술이 일본에서는 이미 의료기술로 상용화되어 있는 만큼 좀더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5년 안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미국내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스트로스템 임상2상 진행에 필요한 환자 모집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처셀 관계자는 “미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미국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환자 모집이 용이해지는 만큼 아스트로스템 임상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iCP-Parkin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셀리버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장애물로 여겨지는 약물의 뇌혈관장벽(BBB) 투과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인 약리물질의 생체 내 전송 플랫폼기술(TSDT)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iCP-Parkin은 알츠하이머 때문에 발생한 치매증상을 정상의 97% 수준으로 원상회복시킨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리기도 했다.

다만 셀리버리의 icp-Parkin은 젬백스앤카엘의 GV1001과 네이처셀의 아스트로스템과 비교했을 때 임상속도는 한참 뒤처져 있다.

셀리버리는 올해 3월 iCP-Parkin의 임상시료를 생산하는 데 성공해 임상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론자, PBI 등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들도 iCP-Parkin 임상시료 생산을 못했는데 셀리버리가 3년을 공들인 끝에 iCP-Parkin 대량 생산공정 개발에 성공한 뒤 미국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 KBI에 이 공정을 이전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 ​

▲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2021년 3월 iCP-Parkin 대량 생산공정 개발에 성공한 뒤 “이제부터는 생산된 약을 두 손에 쥐고 기술수출을 추진할 수 있게 돼 앞으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이오젠은 7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성분이름: 아두카누맙)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아두헬름은 1996년 도네페질, 1999년 라바스티그민, 2001년 갈란타민, 2003년 메만틴에 이어 5번째로 알츠하이머에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품목허가 심사과정에서 식품의약국의 약물자문위원회는 2020년 11월 아두헬름의 알츠하이머 진행 억제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품목허가 승인을 반대하는 등 아두헬름의 치료효능에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오젠은 2019년 3월 아두헬름 임상3상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두헬름 개발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20년 10월 고용량 투여를 통해 아두헬름의 치료효능을 입증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치료효능 이외에 비싼 치료비도 문제로 꼽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두헬름의 연간 치료비는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6200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아두헬름의 품목허가를 승인하면서도 치료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연구 진행을 권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