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친정인 국민의힘에 돌아가려고 하지만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부에 복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데 다음 당대표 경쟁과 함께 대통령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복당 험난, 당대표와 대선구도 맞물려 뒷전으로 밀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내에서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를 얻어가고 있다.

홍 의원과 그의 복당을 반대하는 의원들 사이 공개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홍 의원을 향해 “왜 윤석열은 되고 홍준표는 안 된다고 하는지 정녕 모르겠는가”며 “윤석열 입당은 동반상승의 길이지만 홍준표 입당은 동반몰살의 길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고 적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13일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 의원의 복당 관련 기자들 질문에 “홍 의원이 과거 막말 탓에 상처 받은 사람에게 사과하고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당에 앞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곧장 맞받아쳤다.

그는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에도 금도가 있다”며 “금도를 지키지 않고 막 나갈 때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음모와 모략으로 하는 정치는 종국에 가서 인격파멸을 부르고 정계퇴출이란 결과를 맞는다”고 덧붙였다.

비록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하 의원과 김 의원 등 복당을 반대하는 사람을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물론 홍 의원의 복당에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당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물론 홍 의원이 탈당하는 직접적 빌미를 제공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홍 의원의 복당에 찬성하고 있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지역구인 경남 양산시을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교안 전 대표가 당시 당대표로 있었다.

사실 홍 의원의 복당을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다. 이미 권성동, 권태호 의원이 홍 의원과 비슷한 형편에서 탈당한 뒤 국회의원에 당선돼 복당한 전례가 있다. 홍 의원만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홍 의원의 즉각적 복당에 발벗고 나서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히려 당장 급한 일은 아니라며 홍 의원의 복당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홍 의원의 복당은 급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복당시기가 전당대회 이후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는 “의논해봐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김 대행은 원내대표로 선출되기 전부터 홍 의원 복당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그는 과거 홍 의원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 있을 때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행이 홍 의원의 복당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것은 홍 의원의 복당이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내 개혁성향 인사와 초선 의원 일부 사이에서 홍 의원이 복당하면 당이 과거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가뜩이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체제가 끝난 뒤 다시 ‘영남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마당에 영남 대표성이 강한 홍 의원의 복당이 자칫 영남당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의 복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다음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인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주저하는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윤 전 총장이 보수색채가 한층 짙어진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그동안 확보한 중도층 지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여러 차례 윤 전 총장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으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수감시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두 사람 사이 관계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당대표주자들은 윤 전 총장의 영입을 공약처럼 내놓고 있다. 당대표후보들로서도 홍 의원의 복당문제는 뒷전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당대표주자들 가운데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김웅 의원 등 소장파뿐 아니라 5선의 주호영 의원도 다음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다시 모시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 홍 의원의 복당을 사실상 막았던 데다 홍 의원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뇌물 전과자’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당대표주자들이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시겠다고 해놓고 홍 의원의 복당에 힘을 싣는 것도 겸연쩍은 노릇이다.

결국 홍 의원의 복당문제는 전당대회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홍 의원의 복당문제는 실제 복당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당대표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적잖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홍 의원의 복당 신청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영남권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반홍준표’를 내세운 소장파 세력의 색깔도 더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14일 대구 수성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복당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 복당을 반대하는 사람은 유승민계와 김종인계 몇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에 복당해 축제의 장에 같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