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시선이 몰린다.
 
보험업법 개정 장담 못해, 이재용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리스크 수면 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보험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초기만 하더라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여겨졌으나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상속받은 것을 놓고 삼성 오너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에 상속지분 10.38%을 받아 모두 10.44%를 보유하며 삼성생명의 최대 개인주주가 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전자의 2대주주다.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개인 최대주주로서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그룹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이 낮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지배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발의된 뒤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는 사이 정치적 상황도 상당히 바뀌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여당이 국회 의석 180석을 확보한 뒤 박용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해 6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만 하더라도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고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당으로선 야당의 반대를 넘어 보험업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에 부담스러워진 셈이다. 

더욱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특정기업을 겨냥한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어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바 있어 이번에도 같은 흐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도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장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행법은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회계처리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했으나 보험사의 계열사 채권 및 주식취득한도를 산정할 때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실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라는 점에서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2일 종가 기준(8만5천 원)으로 계산하면 43조1933억 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336조5693억 원)의 3%(10조970억 원)를 초과한다. 33조963억 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은 2%로 떨어진다.

삼성화재도 같은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한다. 지분율은 1.49%에서 0.24%로 낮아진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현재 10.00% 2.24%로 낮아지면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1.16%에서 13.4%로 낮아지게 된다.

이번 상속 과정에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에 보험업법 개정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기까지 상당기간 유예기간(최장 7년)이 주어진다.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따른 지배구조 약화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주주총회에서 행사하는 실질적 의결권을 놓고 보면 삼성생명 등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도 의결권 하락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거래법 11조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주주총회에서 임원 선임이나 해임, 정관변경, 합병 등 주요 안건 결의에서 예외적으로 15%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 이 부회장 측의 지분율이 13.4%가 되더라도 실질적 의결권은 15%에서 1.6%포인트만 낮아진다는 것이다.

삼성 금융계열사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