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 EV6가 사전예약에서 '형님차'로 평가되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며 흥행을 예고했다.
EV6와 아이오닉5는 올해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월별 생산량과 전기차 보조금 등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기아의 첫 전기차 EV6는 사전예약 첫날 2만1016대의 주문이 몰리며 같은 전용 플랫폼을 쓰는 현대차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의 첫날 기록 2만3760대에 2700대 가량 뒤처졌다.
하지만 EV6가 본격 판매 넉 달 전 사전예약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오닉5에 밀리지 않는 성적으로 평가된다.
기아는 한 번 충전으로 450km 이상(2륜구동, 환경부 기준 기아 자체 측정치)을 갈 수 있다는 점 등을 EV6의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EV6 롱레인지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429km인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2륜 구동, 환경부 기준)보다 20km 이상 길다.
EV6와 아이오닉5 모두 사전주문만으로 보면 글로벌 공개 당시 제시했던 국내 판매목표는 이미 크게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은 EV6와 아이오닉5의 올해 국내 판매목표로 각각 1만3천 대와 2만6500대를 제시했다.
EV6는 사전예약 첫날 올해 목표를 62% 초과 달성했고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목표를 30% 넘는 3만5천 대의 주문을 받았다.
기아는 7월, 현대차는 4월부터 각각 EV6와 아이오닉5를 국내 고객에서 본격 인도할 계획을 세웠다.
국내 판매목표와 판매시기를 고려해 한 달 평균 판매목표를 계산하면 아이오닉5 2900대, EV6 2200대 가량으로 아이오닉5가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산량과 보조금 상황에 따라 EV6가 아이오닉5보다 출시 뒤 월별 판매량에서 앞설 가능성도 보인다.
아이오닉5는 생산 투입인력과 관련한 노사 사이 의견차이로 양산이 늦어진 데 이어 구동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일부 설비 문제에 따른 부품 수급문제로 4월 생산목표도 기존 1만 대에서 2600대로 줄였다.
현대차가 5월부터 아이오닉5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지만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구동모터 이외의 다른 부품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오닉5는 아직 본격적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지금 사전계약을 해도 올해 차량 인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5가 생산차질을 겪은 만큼 올해 잡은 목표가 실제 판매로 모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EV6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EV6 글로벌 공개행사에서 사전예약을 넉 달이나 먼저 진행하는 이유로 수요예측의 정확성 들었다.
송 사장은 “전기차는 배터리 등 부품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이 필요하다”며 “사전예약을 앞당기면 올해뿐 아니라 내년 물량을 놓고도 확실한 부품 확보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시스템 도입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기아는 7월 이후 EV6의 본격 판매를 시작하는데 이때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돼 생산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EV6는 아이오닉5보다 실내공간은 작지만 역동성을 강조하며 차별성을 확보했다”며 “7월 출시인 만큼 구동모터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 등의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도 EV6와 아이오닉5 국내판매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서울 기준 1200만 원(국고 보조금 포함) 가량의 전기차 보조금이 있어야 EV6와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을 3천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올해 보조금 예산이 책정된 전기차 대수는 모두 12만1천 대인데 이 가운데 전기화물차 2만5천 대, 전기이륜차 2만 대, 전기버스 1천 대를 뺀 7만5천 대 가량이 전기승용차 몫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올해 다수의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벌써부터 조기 소진될 가능성이 나온다.
전기차 1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차량을 출고해야 현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실제 출고시기와 보조금 상황에 따라 EV6와 아이오닉5의 판매량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EV6와 아이오닉5의 사전주문에 모두 참여한 중복고객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V6의 사전예약금 10만 원과 아이오닉5 사전계약금 10만 원 모두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돌려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생산량과 보조금 모두 변수가 많은 만큼 현재 상황에서 월별 인도물량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고객들에게 차량을 최대한 빨리 인도할 수 있도록 생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