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사장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표결이 미뤄졌다. KBS의 양대 노조는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6월 지방선거 관련 방송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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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환영 KBS 사장 |
KBS 양대 노조는 29일 오전 5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함께 들어갔다. 양대 노조는 "KBS 내 모든 노동조합과 직능협회, 부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모두 뜻을 모아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기 위한 역사적 공동투쟁"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사회가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 표결을 연기하기로 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KBS 이사회는 28일 오후 4시부터 여의도 KBS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어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놓고 29일 오전 1시까지 9시간에 걸쳐 격론을 벌이다 표결을 미루기로 했다.
KBS 이사회는 6월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임제청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6월 지방선거 다음날 표결이 진행돼 선거결과가 길 사장 해임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6월 지방선거 관련 방송차질도 예상된다. KBS기자협회가 열흘째 제작거부 중인 데 KBS PD협회도 28일 오전 5시부터 24시간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KBS는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사장퇴진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 타협과 관용이 없음을 명확히 선언하고 사규위반에 따른 징계책임과 불법행위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완전히 고립된 길환영 사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교통사고 사망자와 세월호 희생자를 비교한 발언과 관련해 사퇴를 하면서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보도국에 사사건건 개입한 길환영 사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jTBC는 김 전 보도국장과 전화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사퇴를 요구한 것은 청와대의 뜻이라고 말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전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고 윤창중 사건을 톱뉴스로 올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며 "길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보도본부 부장급 간부 18명이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임창건 보도본부장도 지난 16일 부장단의 보직사퇴 이후 길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KBS 기자협회는 지난 19일부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20일 KBS 편성본부 외 3개 부서 팀장, PD, 일부 이사진, 경영직군까지 사내 게시판을 통해 파업동참 의사를 밝혔다.
또 21일 기술직군을 중심으로 2500여 명이 소속된 KBS노동조합(제1노조)과 기자•PD 직군을 중심으로 1200여 명이 소속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파업을 결정했다.
길 사장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퇴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사퇴요구를 거부했다. 길 사장은 21일 'KBS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통해 "(청와대와 자신의 보도 개입을 주장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발언은 거짓이고 이에 사퇴를 거부 한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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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회원들이 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
◆ 길환영 사장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는 까닭
길 사장은 정부를 비호해 공정하고 독립성을 지켜야 할 공공방송의 임무를 훼손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길 사장은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대학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말기인 2012년 11월에 KBS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KBS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88%의 불신임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에 취임했다.
길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승만 백선엽 미화 다큐 프로'와 '이병철 탄생 기념 열린음악회'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KBS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의 도덕성도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KBS노조는 길사장의 미술비 수의계약을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 인사청탁, 제작비에서 사장 해외 출장비용 충당, 사장 출장비용 계열사에 떠넘기기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수의계약은 계약체결 시 적당한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하여 맺는 것이다.
KBS기자 내부에서 불공정한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길 사장의 퇴진 요구를 더 거세게 만들고 있다. KBS 보도의 편향성 논란은 2012년부터 KBS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세월호 사건 보도를 계기로 외부로 불거졌다.
KBS는 세월호 침몰 다음날 진도 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실종자 가족들의 박수치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경사났어, 박수 치고 그래" 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KBS는 이런 유가족들의 음성을 방송에서 없애고 대신 박수와 함성소리를 채워 넣었다.
이런 식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보도의 중심에 길 사장이 있다는 시각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KBS보도본부 부장들은 "우리는 그동안 길 사장의 행보에 비춰볼 때 현 정권을 비호하기 위해 보도에 간섭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받아들인다"며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