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안 대표는 오 후보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야권의 대통합을 추진해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했더니 오 후보는 그 화답으로 분열을 얘기했다”며 “놀랍고 충격적이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오 후보는 단일화의 진성성이 있는 건가”라며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 3자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후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안 후보를 두고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표현한 데에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에게도 “그런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야권 지지자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라며 “나는 단일화 일정에 맞춰 토론을 하자고 했을 뿐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깎아 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얕잡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때마다 안 후보는 대응을 자제하며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깊은 뜻이 있을 것이란 취지의 공개적 발언을 내놓았데 이번만큼은 ‘옹고집’이란 표현을 써가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와 오 후보의 단일화 실무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후보 당사자나 양당 지도부 사이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단일화를 위한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진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19일 단일후보를 확정하기로 한 양당의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야권의 상승세가 오히려 안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등 여권의 악재가 터져 나오며 여권의 지지도가 일부 야권으로 옮겨간 덕분에 야권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이 때문에 안 후보의 경쟁력은 되레 약화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강점으로 상대방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란 점을 많이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야권의 승산이 높아지면서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란 강점이 거의 빛을 바랬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3자구도에서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게다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머물며 정체상태인 것과 비교해 오 후보의 상승세는 더 두드러지고 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전까지 안 후보보다 지지율이 크게 뒤처졌지만 예상 밖의 경선 승리 이후 상승세를 타며 안 후보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여론조사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여론 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3자대결을 가정했을 때 오 후보는 35.6%의 지지를 받으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3.3%)와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25.1%로 두 사람에 모두 뒤처져 있다.
이 조사에서 여야 양자대결을 가정했을 때는 안 후보나 오 후보가 모두 박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는 문화일보 의뢰로 13~14일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국민의힘이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데 비해 안 후보로서는 당의 조직기반 없이 지지도만 믿고 싸우는 셈인데 이마저도 확실한 우위를 자신할 수 없는 형편이라 초조할 수밖에 없다.
안 후보의 초조함이 최근 행보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는 13일 ‘시민 안철수’란 이름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사건에 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그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윤 전 총장을 포함한 더 큰 통합을 통해 더 큰 2번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윤 전 총장을 끌어들였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란 수단을 빌린 것이나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윤 전 총장을 계속 언급하는 안 후보의 모습을 두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홀로 야권 단일화에 승리하기 역부족인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을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이에 섣불리 반응할 리 없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안 후보가 체면만 구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안 후보를 두고 “사람 한 번 만나고 자기 이익을 위해 정치적 메시지에 소모하면 누구와 식사하고 누구를 영입할 수 있겠나”며 “윤석열마저 소모품으로 쓰려하는데”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