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안전장치가 있다고 해도 경영권 승계와 같은 ‘큰 문제’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에 계류 중인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두고 진보적인 두 경제학자 사이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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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김 소장이 안전장치가 있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반면 전 교수는 원샷법이 여전히 재벌의 경영권 승계 등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 소장은 23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현재 상태에서 본다면 원샷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정부여당의 말처럼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그렇지만 원샷법이 재벌의 경영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애당초 재계가 로비를 시작할 때는 재벌특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안전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공급 과잉에 빠진 정상적 기업의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5년 시한의 특별법이다.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 기업의 사업 재편 관련 규제를 한번에 풀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규모 합병 허용, 주주총회 소집 공고 기간 단축(2주→1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식매수 청구권 약화 등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김 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 특혜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이 시가총액 200조원의 삼성전자와 20조원의 삼성SDS를 주총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규모 합병’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일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원샷법은 소규모 합병의 요건을 완화(10%→20%)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반대 주주의 비율은 강화(20%→10%)했다”며 “게다가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합병 강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합병의 경우 합병으로 발행하는 신주가 존속회사 총 주식의 10% 이하인 경우 주총 대신 이사회 결의로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20%로 완화했지만 10% 이상의 주주가 반대하면 합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설사 소규모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2조원으로는 삼성전자 지분 1%를 취득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꼼수를 부려도 경영권 승계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꼼수는 이 부회장에게 또 다른 멍에를 지우는 것”이라며 “삼성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 교수는 김 소장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전 교수는 “원샷법의 핵심은 상법의 규율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라며 “주주총회 안 열도록 해주고 꼭 열어야 한다면 그 공고기간을 줄여 후딱 해치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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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전 교수는 “원샷법이 재벌의 부당한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담았다고 하지만 경영권 승계와 같은 ‘큰 사건’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재벌들이 때때로 ‘이성을 잃은 집단’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예로 들며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며 “그런데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합병을 찬성했고 이후 수천억원의 주가하락을 초래했다”고 상기시켰다.
전 교수는 “두 회사의 합병을 막는 장치가 없어서 그랬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안전장치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앞에서는 먹통이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승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도 “원샷법이 지주회사 체제 완화의 장치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집단의 불투명한 확장을 막기 위해 지켜 왔던 지금까지의 노력에 원샷법은 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기업이 사업 구조를 개편하려면 현행 법으로도 충분하다”며 “구조 조정은 원샷법과 같은 특별법 통과를 기다려 할 게 아니라 삼성과 롯데의 ‘빅딜’처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시장원칙에 따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