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를 노리는 체코 원전사업에서 경쟁국 러시아와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상황을 주시하며 국내 원전 관련업체들로 구성된 입찰전담조직을 통해 체코 원전사업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체코 언론 보도를 보면 러시아와 중국이 체코 원전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체코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체코 경제매체 ‘E15’는 최근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 중국광핵집단(CGN)이 체코 원전사업 입찰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체코 원전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8조 원 규모에 이른다.
체코 정부는 애초 지난해 12월부터 원전 공급사들에게 신규 원전사업 입찰안내서를 발급하면서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입찰 대상국 선정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원전 공급사는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중국 중국광핵집단 등 5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블리체크 부총리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두코바니 원전에 개별 입찰자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핵심 에너지 계약은 정치권 전반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체코는 원전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어 중요 결정에서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체코 상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들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입찰자가 많으면 입찰조건이 체코에 유리해질 수 있다며 입찰 배제를 반대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입찰 대상국에 관한 결정을 1월 안에 총리 및 각 정당 대표 사이 회의를 열어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다만 체코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이 다른 유럽연합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정부가 입찰 대상국에 관한 결정을 올해 하반기에 예정된 체코 하원선거 뒤로 연기한다면 사업 자체가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체코 원전사업 입찰에서 배제된다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수원은 지난해 2월 체코에 설계부터 구매,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턴키방식의 사업모델로 제안해 체코가 턴키방식의 사업모델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체코를 방문해 현지 원전업체 4곳과 원전 전주기 협력체계 구축, 현지화 협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체코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며 “한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러시아와 중국 원전사업자를 체코의 에너지 안보 유지 차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옵션을 체코 정부가 검토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현재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과 입찰전담조직인 ‘팀코리아’를 꾸려 한국형 3세대 원전모델을 앞세워 수주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품질의 입찰서를 제출하기 위해 팀코리아 입찰 전담조직 운영과 현지 수주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