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신약 기술수출 역사를 또 쓸 수 있을까?
한미약품은 2015년 이 행사에서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5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어 국내 제약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올해 행사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에 공들이고 있는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물질에 세계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4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1월11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한미약품의 비전과 2021년도 연구개발(R&D) 전략 등을 소개한다.
세부 발표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 행사에서 발표내용을 살펴봤을 때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성과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한미약품은 올해로 벌써 10년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인데 그동안 이 자리에서 빠짐없이 주요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성과를 공개해왔다.
한미약품은 특히 이번 행사에서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 후보물질인 'HM15211'의 기술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HM15211은 한미약품이 기술이전하지 않은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임상에서 가장 앞서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임상 연구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이 2020년 11월 열린 미국간학회(AASLD)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HM15211은 비알콜성 지방간염 및 간 섬유화, 담즙 정체성 담관염 등을 유도한 다양한 동물모델 조직실험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조직학적 간 섬유화 개선에서는 경쟁약물인 ‘FXR 아고니스트(성분명 오베티콜산)’보다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비올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한 기업은 세계를 통틀어 1곳도 없다. 상황이 이런 만큼 HM15211이 다양한 작용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은 세계 제약바이오기업에 매력적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
게다가 HM15211은 2020년 8월 한미약품이 MSD에 기술이전한 HM12525A과 동일한 GLP-1 계열 약물로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GLP-1 계열의 약물들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2020년 5월 GLP-1 계열의 약물 ‘세마글루타이드’의 임상2상에서 비알콜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HM15211은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원발 담즙성 담관염과 염발 경화성 담관염을 대상으로 각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고 같은 해 7월 신속심사 처리대상(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한미약품은 현재 미국에서 HM15211의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접촉해 약물지속형 기술이 적용된 ‘퀀텀프로젝트’를 약 5조 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기술수출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수 년 동안 JP모건 행사에서 퀀텀프로젝트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기회를 엿본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약품은 벌써 4년 전부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세계 바이오기업들에게 HM15211을 알리는 데 주력해 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행사가 끝난 뒤에야 발표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이다”며 “올해 행사에서 사업방향이나 주력사업을 소개한다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