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열린 이후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줄곧 공세를 취하던 위치였지만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을 비롯해 김홍걸 의원의 재산누락 신고,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사태’, 이상직 의원의 이스타항공 임금체불과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등 민주당에서 터져 나온 윤리적 문제들을 향해 파생공세를 폈다.
하지만 민주당의 윤리적 리스크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반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윤리적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어서 공수가 뒤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위법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공세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방부에서 추 장관 아들의 휴가처리를 두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다 의혹을 제보한 군 관계자가 과거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군복무 시절 참모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며 추 장관을 향한 공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당내 공수처’라는 평가를 받는 윤리감찰단을 가동해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비록 김 의원이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기 때문에 불충분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리감찰단은 조만간 이상직 의원의 징계 문제도 결론을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이 윤리적 리스크를 하나하나씩 제거하는 상황에서 김종인 위원장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윤리적 문제를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덕흠, 조수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당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맡은 직후 국민의힘 개혁의 일환으로 당 윤리위원회를 쇄신하며 40대의 젊은 김관하 변호사를 윤리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을 앞두고 소속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한 ‘막말’ 등을 놓고 신속한 징계 처리 시기를 놓쳐 여론이 악화한 일이 있었던 만큼 당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윤리위도 손을 본 것이다.
총선 국면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윤리위는 ‘세월호 막말’로 국민적 비난을 받은 차명진 국회의원 후보에게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 김 위원장은 당시 윤리위 결정을 두고 “한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수진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과 마찬가지로 재산누락 의혹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조 의원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박덕흠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면 파장이 작지 않은 사안이다. 피감기관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챙긴 데다 그 액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아래 기관 등에서 4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신과 가족들이 있는 건설사들이 국토부 산하기관으로부터 공사 수주와 신기술 사용료 명목으로 1000억 여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가족과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경기도와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주한 공사금액도 487억 원에 이른다는 의혹도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피감기관들이 공사를 몰아 준 것은 '포괄적 뇌물죄' 혐의가 짙다며 추가 고발을 예고하고 있다.
박 의원은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시절 골프장 고가 매입에 따른 배임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서면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꼬리 자르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도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공당으로서 소속 국회의원의 의혹과 논란에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