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분사하면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까?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분사할 실적기반과 명분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의 분사에 이어 상장까지 빠르게 추진해 전기차배터리 글로벌 1위를 다질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중국 배터리 CATL 시총 83조, LG화학 배터리 분사하면 기업가치는?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대다수의 증권사 연구원들은 LG화학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기업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바라본다.

LG화학 주가는 올해 들어 3월19일 23만 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배터리사업의 성장성이 주목받으며 3일 78만5천 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LG화학 기업가치 판단의 핵심은 중국 배터리회사 CATL의 전기차배터리사업 가치와 비교”라며 LG화학 목표주가를 산출하기 위해 전기차배터리사업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33배의 멀티플(기준 지표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배수)을 부여했다. CATL과 같은 수준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에 33.1배의 멀티플을, 소형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배터리를 모두 합친 배터리사업 전체에는 29배를 각각 적용했다.

문제는 LG화학의 다른 사업부문이 배터리사업에 크게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의 ‘본업’인 화학에는 김 연구원과 한 연구원 모두 상각 전 영업이익에 멀티플 5배를 적용했다. 그나마 화학사업의 가치를 높게 본 것이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6.4배와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의 6배다.

이러다 보니 LG화학의 시가총액이 CATL에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LG화학 시가총액은 52조 원대인데 CATL은 83조 원대에 이른다.

LG화학은 현재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과 시장 점유율 모두 글로벌 1위 회사다. 특히 생산능력은 올해 100GWh로 2위 CATL보다 30GWh나 많다. 

매출규모로 따져도 2019년 기준으로 LG화학 전지사업본부(배터리)의 매출은 8조3500억 원, CATL은 7조9천억 원이었다. LG화학으로서는 배터리사업의 가치가 다른 사업에 가려지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업계는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분사해 기업가치의 전면에 배터리를 내세울 것이라고 바라본다.

이에 앞서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분사한 뒤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4월 안에 상장을 추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는 보도가 3일 여러 매체에서 나오기도 했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분사설은 지난해 12월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가 금방 사그라들었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사업의 가치 확대를 위해 여러 방안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분사 논의 자체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그러나 배터리사업의 성장세와 관련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은 2018년 4분기를 제외하고 2019년까지 모든 분기에서 영업손실을 내고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 주력 생산공장인 폴란드 공장의 생산수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해 2020년 2분기 전기차배터리사업이 흑자를 냈다.

차동석 LG화학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지사업본부(배터리사업)는 전기차배터리 중심의 이익 개선세가 갈수록 가팔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배터리사업이 구조적으로 흑자기조에 들어선 만큼 LG화학 내부에서도 성장성과 관련해 확신이 선 것으로 해석된다. 분사를 추진한다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는 셈이다.

배터리사업의 분사는 사업 성장성을 현실화할 길이라는 명분도 있다.

LG화학은 올해 10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220GWh까지 빠르게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1GWh 늘리는 데 1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말에 비춰 보면 목표 달성에는 12조 원의 거금이 필요하다.

LG화학은 최근 3년 평균을 기준으로 해마다 순이익 1조5천억 원 수준을 거두는 반면 3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왔다. 마이너스의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때문에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한 뒤 기업공개를 추진해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배터리업계는 내다본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이후로 배터리사업의 분사와 관련해 유보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사업 가치를 확대하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분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담당 임원에 분사 이후의 인력 운용계획까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