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형제 사이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조 부회장은 25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 측은 입장문에서 “아버지 건강상태를 두고 이러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 가슴 아프지만 최근 건강상태를 둔 논란은 아버지 본인을 위해서뿐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양래 회장의 큰딸이자 조 부회장의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7월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을 대상으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이 6월 둘째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 지분 전부를 넘긴 것을 두고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조 회장의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지분 매각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분 승계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만큼 형제들 사이에 민사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조 회장이 7월31일 성년후견심판을 받게 된 점과 관련해 직접 입장문을 내고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조현범 사장을 이미 오래 전부터 후계자로 점찍었다고 반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부회장까지 반기를 들고 나선 만큼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과 누나들이 힘을 합쳐 조현범 사장을 상대로 지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서울가정법원은 후견인 신청자의 진술, 조 회장의 건강상태 등과 관련한 의료기록과 전문가 감정, 조 회장 진술 등을 바탕으로 성년후견인 지정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누구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지를 결정한다. 조양래 회장은 1937년 태어나 올해 만 83세다.
조 부회장은 성년후견심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 측은 입장문에서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되어야 할 것”이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표이사이자 집안의 장남으로서 가족문제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주 및 임직원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가족 사이 대화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앞서 6월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사들이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42.9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두고 수년째 이어졌던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사이 팽팽한 균형도 깨졌다.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직전 조 사장과 조 부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각각 19.31%, 19.32%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