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한국GM의 수출실적을 뒷받침할 ‘기대주’로 꼽히는데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탓에 제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26일 한국G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 미국에서 트레일블레이저가 출시된다.
미국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주요 무대로 꼽힌다. 한국GM은 2019년 12월부터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물량의 80%가량을 매달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수출물량으로 20만 대를 잡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전체 차량의 생산량인 50만 대 가운데 40%를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판매실적에 기댈 셈이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GM(제너럴 모터스) 제품 라인업에 포함되는 모델로 한국GM이 단독으로 생산해 미국 등 세계에 판매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GM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트레일블레이저가 기대치를 밑도는 판매실적을 낸다면 한국GM의 연간 생산량도 덩달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트레일블레이저 판매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GM이 GM 본사로부터 주문받는 물량 역시 줄어든다.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LMC오토모티브는 올해 코로나19 탓에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1700만 대에서 2020년 1600만 대로 6%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수출물량이 작지 않은 만큼 미국에서 성적이 부진하면 전체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올해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지 못하면 한국GM의 흑자전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GM은 판매실적과 매출 모두에서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 2018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국GM은 전체 매출의 78.7%인 7조2122억 원을 수출에서 냈다.
한국GM이 그동안 몇 년간 영업적자를 내는 상황에 몰린 배경으로 수출물량이 줄어든 탓이 컸다는 점에 비춰봐도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실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GM은 GM 본사가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뒤로 수출물량이 크게 줄면서 2014년부터 줄곧 영업적자를 내왔다. 2014년부터 5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내 2018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모두 2조8천억 원에 이른다.
다만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점은 한국GM에게 기대를 품게 한다.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한다면 트레일블레이저 판매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걸어볼만 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25일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합의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은 회사로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