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전기차시장이 커지면서 삼성SDI 등 국내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유럽의 배터리 투자 확대를 놓고 “배터리시장 경쟁 심화가 아닌 강력한 전기차시장 육성 의지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바라봤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9일 전기차배터리산업에 32억 유로(약 4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승인했다.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이 공공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50억 유로(약 6조 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BMW를 비롯해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 핀란드 에너지업체 포르툼(Fortum Oyj), 독일 배터리업체 바르타(Varta) 등이 투자에 참여한다.
투자기간은 2020년부터 2031년까지며 2020년 초 독일이 13개국 50개 기업이 참여하는 추가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참여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 소재업체들과 무관한 분야로 투자가 예상된다”며 “경쟁 심화 우려는 기우”라고 파악했다.
참여기업 가운데 배터리셀 제조사는 바르타가 유일하지만 바르타는 에너지저장장치와 보청기 배터리 생산업체로 전기차 배터리 실적이 없다. 배터리 공급사슬도 유럽에서 경쟁력 있는 곳은 양극재업체인 유미코어(Umicore) 정도다.
이 때문에 김 연구원은 “배터리소재 및 부품 등 공급사슬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럽업체를 키워내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규모면에서도 국내 배터리셀 제조사들은 향후 3년 동안 매년 2조 원, 6년 동안 연평균 1조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돼 유럽의 공공기금 투자규모를 상회한다.
동박 등 기타 소재를 포함하면 유럽 투자규모를 크게 뛰어넘는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라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지위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 일진머티리얼즈 등 국내 배터리 공급사슬은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향후 전기차시장 성장성이 더욱 확고해져 중장기 수혜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