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베트남 등 해외법인과 해외지점을 통해 3분기 역대 최고치 순이익을 달성하며 그동안 해외사업 확대에 힘쓴 성과를 보고 있다.
저금리기조와 금융당국 규제로 국내 은행업황이 장기간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신한은행이 해외사업의 비중을 더 끌어올려 지속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9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과 일본, 중국 등의 주요 해외법인 지점을 늘려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과 글로벌을 성장전략의 양대축으로 삼은 만큼 해외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여건에 맞춰 영업망을 넓히고 해외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해외사업 확장 노력은 최근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로 줄어든 국내 이자수익을 만회하고 실적을 방어하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이 올해 1~3분기에 해외지점과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늘어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전체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9%까지 높아졌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은행은 국내 순이자마진(NIM) 축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해외 이자이익으로 영향을 만회하며 전체 순이자이익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 추세가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국내시장에서 저금리기조는 장기화 국면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에 대응해 은행에서 판매하는 투자상품 규제 강화를 검토중인 점도 앞으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추가 금리 인하로 이자수익이 줄어들고 투자상품 판매수수료로 얻는 수익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져 신한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로 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사업과 실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해외사업에서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국내시장 환경 변화로 실적에 받고 있는 악영향을 경쟁 은행보다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합계는 전체 순이익 총합에서 10.2%의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해외 순이익 비중은 전체 순이익의 14%로 국내 은행 평균치를 크게 넘어섰는데 올해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이 해외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트남과 일본, 중국 등 국가에 경쟁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진출해 굳건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주요 해외국가는 현지 정부 규제가 강한 편이라 단기간에 사업 진출을 확대하거나 영업지점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지점 수 1위, 일본에서 2위 등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은행권의 해외진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 신한은행의 해외사업 협력효과도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신한은행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등 다른 계열사와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GIB)부문 1~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늘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사업에서 동남아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 협업체제가 정착하고 효율성이 개선돼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