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위암 3차 또는 4차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위암 3, 4차 치료제로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시장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늘Who] 진양곤, 에이치엘비 항암신약의 시장성 확보 부담 안아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29일 에이치엘비와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에 성공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허가 신청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바이오업종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현재 시가총액이 6조 원에 이르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라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주가는 4배 가까이 올랐고 시가총액 순위도 코스닥 5위에서 단숨에 2위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일각에서 ‘리보세라닙’의 시장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우선 리보세라닙을 위암 3차 혹은 4차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도 위암 2차 이상 표준치료에 실패한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진 회장이 리보세라닙을 위암 3차 혹은 4차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한 것은 최대한 빨리 상용화하기 위해서다. 1차 혹은 2차 치료제로 판매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3차, 4차 치료제는 1차, 2차 치료제가 효과가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다는 점에서 매출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3차 위암 치료제는 일본 다이호약품의 ‘론서프’ 하나인데 2018년 매출 330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위암 2차 치료제를 처방받는 환자는 약 60만 명인데 3차 치료제시장 규모는 2차 치료제시장의 약 15~2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은 2세대 항암제인 론서프와 달리 3세대 항암제인 만큼 상용화만 된다면 론서프의 매출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인 호중구 감소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론서프 등 경쟁약물보다 뛰어난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지만 진 회장이 리보세라닙을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보세라닙은 임상3상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1차 지표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인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가 론서프 등 경쟁약보다 뒤처진 것이다.

진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전체 생존기간의 유의미성은 없지만 다른 장점이 많은 만큼 충분히 품목허가를 받고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허가를 할 때 전체 생존기간은 여전히 중요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이 3차 치료제가 아닌 4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더라도 충분히 시장성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이 4차 치료제로 판매된다면 3차 치료제로 판매됐을 때의 50%인 매출 1500억 원가량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정도도 충분히 의미 있는 매출규모라는 것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이 4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게 되면 매출의 약 70%인 1050억 원을 영업이익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며 “3차 치료제로 신청할 것인지 4차 치료제로 신청할 것인지는 약 한 달 뒤인 11월24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은 우선 리보세라닙을 3~4차 치료제로 상용화한 뒤 1~2차 치료제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1차, 2차 치료제로 넓히기 위해 이미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리보세라닙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적응증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