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보고서에 달았던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최종 심사 과정에서 완화할 가능성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를 병합해서 심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완화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인수합병건이 유료방송시장에 줄 영향이 비슷한 만큼 두 건을 병합심사하게 된다면 2건의 ‘조건부 승인’ 기준이 비슷하게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LG유플러스의 조건이 SK텔레콤 수준으로 강화될지, SK텔레콤의 조건이 LG유플러스 수준으로 완화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서로의 영업망을 이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다.
이 조건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을 통해 하나의 회사가 되더라도 기존의 SK브로드밴드 대리점에서는 SK브로드밴드 상품만, 기존 티브로드 대리점에서는 티브로드 상품만 판매해야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한 뒤 두 회사의 영업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을 세워놨는데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따르게 되면 SK브로드밴드는 합병의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해서도 역시 교차판매 금지 조건을 달았지만 CJ헬로 영업망에서 LG유플러스의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단방향' 규제에 그쳤다.
통신업계에서는 최근 이동통신사업자와 유선초고속인터넷사업자, 유료방송사업자의 통합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통신사들이 합병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조건 수준으로 SK텔레콤의 조건을 완화해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과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점을 우려해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시장의 무게추가 2010년 즈음부터 유선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이동통신시장으로 급격하게 옮겨가기 시작했는데 이동통신사들이 유료방송사업자를 인수하려 하는 것은 이런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이동통신사와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각자 이익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 역시 이런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고동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리점에서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기존 유료방송을 모두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과 교차판매 금지가 대리점의 영업의 자유,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공정위 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여러 차례 이동통신사의 유료방송사업자 인수와 관련해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김 정책실장은 공정위 위원장을 맡고 있던 올해 5월 “2016년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불허 결정이 나왔지만 다시 심사한다면 조금 더 전향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정책실장은 올해 3월에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했던) 3년 전과 규제 환경도 달라졌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등 시장 상황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상호 교차판매금지 조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한쪽에서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합병이 완료됐을 때 홈쇼핑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유료방송사업자 사이 협상력 불균형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이 너무 커지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 등이 과다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위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 심사 결정을 연기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유료방송사업자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차판매금지 조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16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LG유플러스와 CJ헬로 사이 기업결합 심사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정위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원회의에서 이 안건을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심사안건과 병합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