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HDC현대산업개발에 큰 부담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2일 오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윤관석 간사(오른쪽) 등과 의원회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정책이 HDC현대산업개발처럼 부동산개발사업과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부동산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발표에 따라 건설사들의 주택사업에 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건설사로서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시기 조율 외에 택지비 상승, 장기적 수익성 악화, 수주 감소, 사업비용 증가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한정된 사업비에서 품질 저하나 디자인 획일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공품질을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요 건설사 가운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비중과 주택사업 집중도가 높아 아파트 분양가에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익 규모가 줄어들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분양가와 별개로 건설계약을 맺는 일반 도급사업보다는 부동산 개발사업 분야”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의 부동산 개발사업 비중이 대형 건설사 중에서 높은 편”이라고 파악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구조는 해외사업 비중이 매우 적고 주택사업 집중도가 높아 국내 주택사업 실적 부진을 토목사업이나 해외사업 실적으로 만회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018년 매출을 살펴보면 해외공사 실적은 거의 없고 토목공사 비중은 6.2%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부동산개발은 주요 건설사보다 높은 10.6%이며 주택공사 비중은 거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며 52주 최저가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전국이 아닌 투기과열지역에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한 우려는 현재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됐다”고 바라봤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막 나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 할 단계는 아니다"며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통한 아파트 분양가 규제는 부동산 개발사업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7년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을 때 전국적으로 분양물량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국토부 정책의 공급 억제효과는 2007년때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개선방안’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도 최대 10년까지 확대된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 단기 차익을 낸 뒤 아파트를 팔아 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주 의무기간도 부과하기로 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관련 브리핑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가 수준은 현재 시세의 70~80% 수준이 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시장이 과열되면 추가 안정조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