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줄면서 보험사를 향한 인수합병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원회가 기존보다 완화된 보험사 자본건전성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보험사가 인수됐을 때 고스란히 인수회사가 떠안기 때문에 보험사의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이 경감됐다는 것은 금융지주 등이 보험사를 인수했을 때 지게 되는 부담도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보험사 인수합병을 놓고 비교적 적극적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권에서 언급되는 보험사 매물은 KDB생명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등이다.
KDB생명보험은 지난해 순이익 64억 원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이 정상화하면서 KDB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매각 시도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올해 안으로 KDB생명보험의 매각을 추진하려 했으나 6월에는 “KDB생명보험의 연내 매각은 계획대로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2020년 2월 전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이 현재 중국 정부의 위탁관리를 받고 있는데 금융업계에서는 내년 2월까지인 위탁관리기간 만료 전에 안방보험의 해외 자회사들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최근에는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은 MG손해보험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보험사 인수자로는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유력하게 꼽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과감한 인수합병을 실행할 것이며 특히 생명보험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보험사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우리금융지주도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보험사, 증권사 등 인수를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의 연금기획부 신설을 놓고 “앞으로 확대될 그룹사인 증권, 보험업의 퇴직연금 사업자 편입에 대비해 사업총괄체계를 사전에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기존보다 완화된 보험사 자본건전성 규제방침을 내놓으면서 보험사 인수합병을 향한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금융위는 6월27일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제2차 회의를 통해 새로운 방침을 내놨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시기에 맞춰 2022년으로 연기하고 경과기간을 부여하는 등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지급여력제도에 따른 건전성 비율 산출방식도 계량영향분석을 통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보완하기로 했다.
새로운 자본 건전성 규제 도입은 현재 보험업계의 최대 현안일 만큼 많은 보험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안이다. 보험부채 등의 평가방식이 바뀌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올해 상반기에만 모두 679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 발행규모는 메리츠화재 2500억 원, 동양생명 2천억 원, 흥국화재 1천억 원, KDB생명 990억 원, DB생명 300억 원 등이다.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4일에도 5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포함하면 2017년 이후 2조 원이 웃도는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힘쓰면서도 금융당국에 새로운 규제의 도입 연기 등을 요청해 왔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은 보험업계의 요청 등을 고려해 새로운 자본건전성 규제를 연착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