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지은 새 화학설비를 3월에 본격 가동한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미국 화학설비에서 생산될 에틸렌의 판로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에틸렌 가격도 전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5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임 대표는 미국 화학설비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5년 동안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분해설비(ECC)와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EG설비)를 지었다.
에탄 분해설비는 연 100만 톤의 에틸렌을,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연 70만 톤의 에틸렌글리콜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설비를 통해 에틸렌 생산량을 늘려 올레핀사업부문의 수익을 확대하고 화학사업의 원료를 다변화해 사업 안정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에틸렌의 판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월 상업가동한 에틸렌글리콜 생산설비는 판매처를 모두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에탄 분해설비로 생산하는 에틸렌의 3분의1은 미국시장에, 3분의1은 유럽시장에 판매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3분의1은 아직 판매처를 물색하는 단계다.
임 대표가 글로벌 최대 석유화학시장인 중국에서 판로 개척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중국은 2019년 2분기부터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보여 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6개월이 지나면 에틸렌 관련 제품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은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활용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나프타 분해설비(NCC)가 석유화학회사들의 주류 설비인데 롯데케미칼의 에탄 분해설비는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을 원재료로 에틸렌을 만들기 때문에 싼 값에 공급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중국이 미국산 화학제품에 관세를 낮출 것으로 보여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생산한 에탄올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임 대표가 인도시장 개척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인도 국영석유화학회사 OPAL의 인수전에 참전하는 등 인도시장 공략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보유해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의 핵심 지역”이라며 “그럼에도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 규모가 중국과 비교해 크게 작다”고 파악했다.
임 대표는 장기 판매계약 위주로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에틸렌 가격이 하락세에 있어 어려움울 겪고 있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에틸렌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 2월 마지막 주 에틸렌은 톤당 1100달러에 거래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7.3% 낮아진 가격이다.
에틸렌 가격은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의 에탄 분해설비가 공급과잉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694만 톤 규모의 에탄 분해설비가 상업가동했다. 올해는 159만 톤, 내년에는 702만 톤 규모의 에탄 분해설비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기계약이 단기계약보다 시황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장기적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수익 실현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