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홍남기, '예스맨' 논란에 '조정능력'으로 맞대응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총리 패싱’ 이야기가 또 나오면 직을 던질 각오가 돼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내놓은 답변이다.

야당 의원들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시절에 제기됐던 ‘부총리 패싱’ 논란을 들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면 물러날 각오가 있는지 질문하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일반적 질문과 답변이지만 그만큼 홍 후보자가 경제정책의 주도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 후보자를 둘러싼 주도권 논란은 그가 처음 지명됐을 때부터 계속 따라다녔다. ‘왕수석’으로 불리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같은 시기에 함께 임명됐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김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팀보다 정치적 중량감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성실하지만 자기 의견을 강하게 내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의 보수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에 오르면 청와대의 뜻에만 맞춰 경제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보수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그를 ‘예스맨’과 ‘바지사장’ 등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번 인사에서 홍 후보자를 경제정책 ‘원 톱’으로 부르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실장이 ‘숨겨진 원 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내놓은 경제정책 방향이 문재인 정부의 기존 방침과 별다르게 차이나지 않는 점도 경제정책의 주도권 논란에 불을 더욱 붙였다.

홍 후보자는 성과 논란에 휩싸인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밀고 갈 뜻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 등 문제가 생긴 부분만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계획도 같았다.

이를 놓고 이종구 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와대 바지사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김동연 부총리 때와 경제정책 방향이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보수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경제팀의 팀장으로서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공직생활을 33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느낀다”며 소통 기반의 ‘협의 리더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매주 혹은 격주로 만나는 등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야당과도 정기적으로 만나고 대통령 보고를 정례화할 계획도 세웠다.

홍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 시절 신고리원전과 가상화폐 등 민감한 현안들과 관련해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강점으로 꼽히는 조정능력을 바탕으로 주도권 논란을 가라앉히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홍 후보자가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엄호하면서 그의 조정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홍 후보자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당히 넓은 폭의 행정을 경험해 왔다”며 “경제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조정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기준 민주당 의원도 “지금은 저성장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를 풀고 포용국가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경제정책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필요한 시기라 홍 후보자가 지명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