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재명 최대 위기, '혜경궁 김씨'도 돌파할까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금껏 숱한 정치적 위기를 넘겨온 이 지사지만 이번에는 사생활이 아닌 이 지사의 ‘정치 윤리’ 자체가 흔들 정도로 폭발성이 너무 크다.

이 지사는 19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조사를 반박하면서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며 “더 도정에 집중해 도정 성과로 저열한 정치공세에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이재명 죽이기'에 혈안이 된 세력들의 정치 공세로 규정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오랫동안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려왔다.

10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김부선씨 스캔들’ 등의 의혹과 관련해 성남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일부 혐의를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비록 불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지사는 조폭 연루설, 일베 활동설 등의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 지사가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최근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형수인 박인복씨에게 막말을 했던 것이 2016년 다시 논란이 되면서 곤욕을 치렀고 같은 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준 낮은 일베만 보면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아가 되는 수가 있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지사는 위기를 극복했는데 그 바탕은 이 지사의 ‘능력’이었다.

이 지사는 각종 의혹과 논란들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성남시장 시절 그를 ‘스타 시장’으로 만들어준 정책들에 관한 국민들의 기대는 아직 여전하다. 청년배당, 지역화폐 확대 등은 기존 정치인들이 할 수 없었던 정책이었기 때문에 이 지사에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김부선씨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이 지사의 사생활 문제로 보는 여론도 많았다. 또 막말 논란 등도 단순한 이 지사의 성격적 문제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금까지의 의혹과는 차원이 다르다.

경찰이 이 지사의 부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혜경궁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여러 차례 올렸다. 이런 행위는 사생활이나 언행 등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정치인 이재명’의 정체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삶의 나침반”이라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는 정치적 동반자이지만 상황에 따라 견제도 할 수 있는 인물임을 부각하며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이 지사가 지금까지 걸어온 정치적 행보는 모두 권력을 위한 거짓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이 된다.

이 지사는 이번 사건에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미국 트위터 본사에 혜경궁 김씨의 계정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결정적 물증 없이 정황상 증거만으로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씨가 동일인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과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를 물적 증거나 증인도 없이 엮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며 “하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