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종묘 주권을 지킨다며 야심차게 인수한 농우바이오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경험 부족의 농협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농우바이오는 농협에 인수된 뒤부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 잘 나가던 농우바이오 인수해 경험부족으로 경쟁력 날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은 2014년 9월에 농우바이오를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편입했다.

농우바이오는 인수될 당시 국내 종묘시장에서 점유율 27%로 1위를 차지하던 회사였다. 1967년 농우종묘로 시작해 2002년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농우바이오로 이름을 바꿨다.

창업주인 고 고희선 명예회장이 2013년 8월에 별세하자 외아들인 고준호씨가 농우바이오의 지분 45.4%를 상속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1천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다.

당시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펀드들이 농우바이오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사모펀드가 사들이면 다시 외국계 기업으로 지분이 넘어가 농우바이오의 경영권과 종묘 주권을 외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우바이오는 종묘주권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왔기 때문에 결국 농협이 3천억 원을 지불하고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농협은 인수협상을 하던 2014년 3월 당시 농우바이오 주가 2만5천 원 선에서 1만 원 정도 프리미엄을 얹어 3만 원 후반으로 주당 인수가격을 결정했다.

농우바이오 주가는 12일 1만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농협 매입가격과 비교하면 25% 수준에 불과하고 당시 시가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져 있다.

농우바이오가 2015년부터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농우바이오는 농협에 인수된 직후인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영업이익 125억3043만 원을 거뒀다. 일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17.8% 줄었다. 당시 농우바이오는 9월 결산법인이었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판관비 증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우바이오가 강점을 보이던 해외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실적은 최근까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미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인도, 터키 등 6개 나라에서 7개 현지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터키 법인을 빼고 모두 농협에 편입되기 전부터 설립된 곳이다.

농우바이오는 2017년에 전체 매출 1044억 원 가운데 376억 원을 해외법인으로부터 거뒀다. 하지만 전체 순이익 92억 원 가운데 해외법인으로부터 거둔 순이익은 4800만 원이었다.

해외법인의 매출 비중은 36.0%인데 반해 순이익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2018년 1분기에는 미국과 미얀마 법인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 전환하면서 순손실 6억 원을 봤다. 2분기에는 미얀마 법인이 손실 3억4천만 원, 터키 법인이 손실 5억3300만 원을 냈지만 인도네시아 등 일부 법인이 흑자 전환하면서 순이익 9천만 원을 거뒀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농우바이오 해외법인의 실적 변동은 각 해외법인의 사업구조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법인마다 일부는 생산에 집중하고 일부는 판매에 집중하는 등 사업 내용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농우바이오의 해외사업 부진을 두고 농협의 경험 부족과 책임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농우바이오가 농협에 인수될 당시 농협이라는 든든한 지원자를 배경으로 안정적 발전 기회를 잡았다는 의견과 자칫 농협의 종자 공급소로 전락해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재까지 농우바이오의 해외법인이 수익성이 나아지지 못하면서 후자의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추진 경험이 부족한 농협이 농우바이오를 맡으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 종자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농우바이오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우바이오 관계자는 “종자사업은 성과를 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