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잇따른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해 18개 주 법무장관이 리콜을 요구했지만 연방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각) 미국 NBC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차량 도난 관련 문제가 전국적 리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미국 교통당국, 현대차 기아 '도난 취약' 차량 관련 리콜 기준 아니다 판단

▲ 미국에서 잇따른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해 18개 주 법무장관이 리콜을 요구했지만, 미국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이른바 '기아 보이즈'가 차량을 훔쳐서 달아나는 장면. <유튜브 tommy G 채널 자료화면 갈무리>


셈 하티포글루 NHTSA 집행부국장 대행은 론 봅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문제가 리콜이 필요한 안전 결함이나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 안전에 대한 연방정부 표준은 현재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이모빌라이저를 장착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리콜을 실시하는 기준은 범죄자가 운전대의 기둥을 부수고 시동을 걸기 위해 점화 잠금장치를 제거하는 행위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의 법무장관들은 4월 NHTSA에 서한을 보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절도 방지 기능이 취약하다며 전국적으로 리콜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법무장관들은 "두 회사가 유럽과 캐나다에 판매한 같은 모델에는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설치했는데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표준적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차량 소유주와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훔치는 '챌린지'가 유행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한 2011∼2022년형 일부 모델에는 열쇠 없이 차량 문을 열더라도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엔진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았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해당 차량을 대상으로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에 소요되는 금액은 참여 고객 수에 따라 약 2억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