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09-10 05: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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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내정자가 비금융투자회사 지분매각의 과제를 물려받게 됐다.
산업은행이 아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투자회사 상당수는 몸집이 크고 경영정상화가 필요해 앞으로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산업은행은 10일 기준으로 비금융투자회사 27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한 회사 22곳, 창업지원 등으로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5곳이다.
2015년 말 비금융투자회사 132곳(출자전환회사 34곳, 중소·벤처기업 98곳)의 지분을 3년 안에 집중적으로 파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105곳(79.5%)의 지분을 2년 안에 매각한 것이다.
현재 지분을 판 비금융투자회사 105곳 가운데 93곳은 중소·벤처기업이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신속한 지분매각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터 묶어서 한꺼번에 파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비금융투자회사의 지분매각 건수를 늘리기 위해 비교적 작고 값싼 중소·벤처기업 지분부터 헐값에 팔았다는 말도 듣는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중소·벤처기업 79곳의 지분을 패키지로 매각했는데 이 기업들의 지분가치는 장부가격 기준으로 710억 원 정도다. 그런데 연합자산관리가 이들의 주식을 사기 위해 조성한 펀드 규모는 4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한 회사 일부도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예컨대 산업은행은 지난해 국제종합기계 지분 28.6%를 165억 원에 매각했는데 이 회사에 빌려준 돈은 639억 원에 이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비금융투자회사는 매각을 추진하고 몇몇 회사는 경영정상화부터 추진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매각순서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도 헐값매각 논란을 의식한 듯 올해 들어 중소·벤처기업 대신 현대시멘트, 에버테크노, 오리엔탈정공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비금융투자회사의 지분매각을 잇달아 주도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중도사퇴하면서 남은 비금융투자회사의 지분매각을 이끌 주체도 이 내정자로 바뀌게 됐다.
이 내정자는 당장 9월 본입찰 예정인 STX엔진의 지분매각을 무사히 마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예비입찰에 투자자 8곳이 몰렸지만 차입금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호장.
산업은행이 올해 지분매각절차를 시작한 넥솔론도 새 주인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넥솔론은 지분매각이 네차례나 무산되면서 파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은 지분매각 전에 악화된 실적과 재무상태부터 회복해야 한다. 동부제철 등도 지분매각설이 돌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사모펀드(PEF)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과 KDB생명까지 감안하면 이 내정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이 내정자가 비금융투자회사 지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하는 기조에서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거나 아예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비금융투자회사 지분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위원장도 교체돼 기존의 지침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이 내정자도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업구조조정은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아 원칙에 가깝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비금융투자회사의 지분매각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정권과 회장이 바뀌어도 기본적인 기조는 변함없다”며 “정부에서 완전히 새로운 지침을 내놓지 않는 한 지분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