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 표준안을 발표하고,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시제품을 공개하는 등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며 국내 배터리 3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일부 중국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는 이르면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래 궁극형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 일정은 삼성SDI가 2027년,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203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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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시장 주도권을 또 다시 중국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1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대량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에 액체가 아닌 고체를 사용하는 제품이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약점인 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에너지밀도와 수명도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향후 휴머노이드, 도심항공교통(UAM)등 다양한 곳에 활용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SNS인사이더는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5년 2430억 원에서 2033년 4조167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파일럿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7년 세계 최초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30년 전후로 양산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뛰어들며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의왕에 구축한 파일럿 라인에서 대량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보다 빠른 올해 양산 돌입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 고션은 올해 안에 2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약 2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위주로 탑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에는 중국 제일자동차그룹이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홍치 톈궁 06’ 시제품을 최초 공개했다. 자세한 제품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술 개발 검증 단계에서 실제 차량 테스트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출시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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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모형. <삼성SDI>


또 중국 국영 자동차 기업 둥펑은 올해 9월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둥펑은 현재 0.2GWh 규모의 시범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중국 자동차표준화기술협의회는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기술 표준을 내놨다. 세계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 표준을 중국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다. 우선 반고체·준고체·전고체 등 혼돈 가능성이 있는 용어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다. 향후 성능과 안전, 수명 사양에 대한 표준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높은 생산 단가로 시장 초기에는 활용처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떠러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확산의 최대 숙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단가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배 가까이 비싸다. 5년 전만 해도 100배 가까이 차이가 났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2배 정도로 차이가 줄어드는 시점에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시장 경쟁이 국가 대항전 성격으로 변모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2024년부터 2028년까지 1172억 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2024년에만 1조2453억 원의 연구개발를 지원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초기 생산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망 확보, 경제성 문제로 본격 상용화는 2030년 쯤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중국이 전고체 배터리 시장 상업화를 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