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이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사이 ‘중재자’ 역할을 강화한다.

보험개발원은 보험료 산출의 기반이 되는 요율과 통계·위험률 등을 생산하는 기술 인프라 기관이다. 보험업은 금융당국의 인가·규제와 밀접하게 맞물린 만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계와 당국 사이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보험개발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험개발원 유재훈 체제 출범, 금융위 경험 살려 업계·당국 '중재자' 역할 강화

▲ 유재훈 신임 보험개발원장이 공식 취임하며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사이 ‘중재자’ 역할을 강화할지 보험업계 안팎 관심이 모인다. <보험개발원>


유재훈 원장이 관료 시절 강점으로 꼽힌 정책 전문성과 조율 경험을 강점으로 발휘할 수 있을지 보험업계 안팎 관심이 모인다.

8일 보험개발원은 유재훈 원장이 제14대 보험개발원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장기간 이어진 수장 공백도 마무리됐다. 보험개발원은 2025년 11월 허창언 원장의 임기가 끝난 뒤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됐다.

유 원장은 이날 취임 보도자료에서 “기후변화, 자연재해, 국제분쟁과 공급망 불안,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보험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며 “보험개발원이 보험산업의 미래 방향을 주도적으로 모색하고 필요한 데이터·기술·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페이스세터(pacesett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보험소비자와 금융당국, 보험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는 ‘중재자’ 역할 강화를 핵심 경영방향으로 제시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개발원장이 보험요율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이 중요한 만큼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유재훈 신임 원장의 경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실제 역대 보험개발원장 13명 가운데 11명이 금융위·금융감독원·재무부 등 관료 출신이다.

유 원장은 올해 7월 차기 보험개발원장으로 단독 추천된 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거쳐 취업승인을 받았다. 올해 4월부터 퇴직공직자 취업에 집중심사가 도입되며 심사 기준이 강화된 만큼 취업승인 여부가 정식 취임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혔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취업 분야의 근무경력 등을 통해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을 취업승인이 가능한 특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유 원장의 구체적 취업승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임과 함께 제시한 경영방향을 살펴보면 금융위와 해외 공관 등에서 일하며 쌓은 전문성을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이해관계 조율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려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유 원장은 취임 보도자료에서 ‘중재자’ 역할과 함께 국내 보험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핵심 경영과제로 제시했다.

앞서 주미 한국대사관 재경관보와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한민국대사관 경제공사 등을 지내며 쌓은 경험을 보험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 원장은 로보틱스·우주산업 등 첨단기술에 따른 새로운 위험을 연구하고 AI 기반 위험평가 역량을 강화하는 등 보험사의 신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보험개발원의 역할도 강조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실손24’ 고도화를 추진해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데이터와 시스템을 소비자의 실질적 편익으로 연결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보험개발원 유재훈 체제 출범, 금융위 경험 살려 업계·당국 '중재자' 역할 강화

▲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실손24’는 7월 말 기준 요양기관 연계율이 40.5% 수준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실손24 홈페이지 서비스 소개 갈무리. <실손24>


실손24는 도입 2년을 앞두고 있지만 실제 이용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개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 실손24 월간 청구 건수는 전체 실손보험 월평균 청구 건수의 4.6% 수준에 불과하다.

실손24 이용률이 낮은 배경 가운데 하나로 요양기관들의 저조한 참여가 꼽힌다. 7월 말 기준 연계 대상 요양기관 가운데 전산상 연계를 완료한 비율은 40.5%에 그쳤다.

유 원장이 금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관련 정책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요양기관 참여를 확대하고 실손24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임기 초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유 원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제39회 행정고시로 1996년 공직에 입문한 뒤 과학기술부 기술진흥과 행정사무관 등으로 근무했다. 2000년 금융감독위원회 시장조사과에서 일하며 금융 관련 업무를 시작했고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보험과 등을 거쳐 혁신기획재정담당관, 자본시장조사단장, 기획조정관, 금융소비자국장 등을 맡았다. 

그 밖에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경제민생팀장, 주미국 대한민국대사관 재경관보, 유럽연합 NATO 대한민국대사관 경제공사 등을 지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