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로직폴딩 기술 상용화와 자국 내 반도체 장비 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며 미국의 기술 규제를 극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26년 7월17일 중국 상하이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행사장에 마련된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전시장. <연합뉴스>
화웨이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대표 기업으로 떠올라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및 자국 내 장비 공급망 육성 등을 주도하며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신형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메이트XT2’와 자체 개발한 로직폴딩 기반 프로세서 ‘기린9050프로’를 공개했다.
메이트XT2는 화면을 두 번 접어 휴대할 수 있는 형태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화웨이는 프로세서 성능이 이전작 대비 이론상 42% 높아졌고 전력 효율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로 앞세우고 있는 로직폴딩은 여러 회로층을 수직으로 쌓아 연산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비롯한 고사양 시스템반도체는 빛으로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반도체 노광 공정 발전을 통해 우수한 성능을 구현한다.
그러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기술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비롯한 최첨단 반도체 설비를 수입할 수 없다.
결국 로직폴딩 반도체의 상용화는 화웨이가 EUV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 온 성과로 해석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자 새로운 반도체 구조를 핵심 대응 전략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반도체 컨설팅업체 RHCC의 레슬리 우 최고경영자도 로직폴딩은 화웨이가 기술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보완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화웨이가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에 로직폴딩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에서 이를 먼저 검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5월 공개한 연구 논문에서 로직폴딩을 인공지능 반도체 ‘어센드’ 시리즈에 적용하는 방안을 거론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 서버용 제품. <연합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스마트폰 프로세서가 인공지능 반도체보다 크기가 작고 소비전력도 낮아 신기술을 검증하기 유리한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조사기관 에포크AI의 분석을 전했다.
에포크AI는 화웨이가 이를 통해 로직폴딩 기술의 완성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을지가 2030년 이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경쟁력에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이와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노광 장비 기업을 직접 육성해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투트랙 전략’에 나서고 있다.
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가 중국의 노광 장비 기술 개발 과정에서 반도체 제조사와 장비 업체를 지원하며 사실상의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자체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 위량성의 기술을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가 노광 장비에 핵심인 광학부품 및 광원을 개발하는 중국 기업들에도 잇따라 직접 투자하며 기술 개발과 양산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체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관련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을 비롯한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기술 격차가 상당해 중국의 이러한 노력에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위량성의 장비가 ASML 제품과 경쟁할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CXMT와 YMTC도 아직 ASML의 DUV 장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로직폴딩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의 자체 노광 장비 기술이 한계를 맞는다면 로직폴딩을 대안으로 활용해 미국의 기술 규제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조사기관 번스타인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자국 장비 업체와 협력에 더 속도를 낸다면 기술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