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CJ인베스트먼트가 투자 규모를 하릴없이 줄이고 있다. 

투자를 위한 펀드에 돈을 넣을 계열사들의 곳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6년 동안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서도 손을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CJ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올해도 얼어붙는다, 김도한 그룹 계열사 사정에 '속수무책'

▲ 기업형 CVC CJ인베스트먼트가 투자 포트폴리오와 규모 모두 크게 줄이고 있다. 사진은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8일 CJ인베스트먼트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CJ인베스트먼트가 올해들어 8월 말까지 벤처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라이너 △팀리미티드 △스콘 △루트릭스 등 단 4건에 그쳤다. 전년동기와 10건과 비교해 60%가량 줄어든 셈이다.

CJ인베스트먼트가 진행하는 투자 횟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3건이었으나 2023년 20건, 2024년 10건, 2025년 13건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 흐름대로라면 2020년대 들어 처음으로 연간 투자 횟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가 운용하는 22개 펀드 순출자액(신규 출자에서 환급을 뺀 금액)도 2024년 26억5600만 원에서 2025년 8억7900만 원으로 66.9% 줄었다.

신규 펀드 결성 규모도 줄었다.

CJ인베스트먼트는 올해 4월 씨제이뉴프론티어펀드 1호를 결성했다. 유치 금액은 400억 원이다.

이는 티피넥스트젠펀드(200억 원)와 글로벌 혁신성장 펀드II(520억 원), 뉴미디어테크펀드(200억 원) 등 모두 920억 원을 들인 2022년에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도한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CJ인베스트먼트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과 계열사 대상 펀드 출자 유치를 최종적으로 책임진다. 그는 CJ인베스트먼트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라는 이름이던 2020년부터 6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투자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1·2022년과 신규 펀드 결성이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한 2022년 모두 김 대표의 재임 기간에 해당한다. 가장 활발했던 시기를 이끈 경영진이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CJ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축소에 김 대표가 스스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CJ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는 회사 자체 자금이 아니라 대부분 그룹 계열사 출자로 채워진다.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공정거래법상 외부자금 비중이 40% 이내로 제한되는 까닭이다.

나머지인 60% 이상은 CJ제일제당과 CJENM 등 계열사가 채운다. CJ인베스트먼트가 직접 넣는 자기자본은 펀드별로 최대 13% 수준에 그친다.

김 대표가 투자처를 발굴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도 계열사 출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펀드 규모를 키울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이 자금을 채워야 할 CJ그룹 계열사들의 사정도 넉넉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인 CJ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26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줄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2741억 원으로 31.7% 감소했다.

수익성도 뒷걸음질쳤다.

CJ는 상반기 연결 매출 22조9793억 원, 연결 영업이익 992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7% 줄었다. 순이익은 3300억 원으로 33.4% 감소했다.
 
CJ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올해도 얼어붙는다, 김도한 그룹 계열사 사정에 '속수무책'

▲ CJ인베스트먼트는 2025년 9월 CJ그룹 오너 4세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사진)이 이끄는 미래기획실 관리 아래에 들어갔다. < CJ >


주요 계열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55.8% 감소해 116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6.2% 줄어 3947억 원을 냈다.

CJENM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50.2% 감소해 16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12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0% 줄어들었다.

CJ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투자처는 성장성 및 전략적 시너지를 고려해서 선별적으로 확보를 하고 있다"며 "올해는 적절한 투자처가 이전과 비교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짜고 심사를 거쳐 투자금액을 모집하는 순서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현금흐름이 막혀서 투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하반기 투자처는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J인베스트먼트는 CJ그룹의 오너 4세 경영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과도 연이 닿아 있는 조직이다.

CJ인베스트먼트는 애초 CJ 소속이었으나 2011년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 소유 기업인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 지분이 넘어갔다. 이후 2022년 8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계기로 CJ가 CJ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재인수했다.

2025년 9월부터는 CJ그룹 미래기획실이 CJ인베스트먼트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