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게임도 AI가 알아서 다 해준다?", 컴투스·스마일게이트 신작에 'AI모드' 적극 도입하는 이유

▲ 올해 3분기 출시를 앞둔 컴투스의 신작 '제우스: 오만의 신'(왼쪽)과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은 각각 24시간 비접속 AI 성장모드를 게임의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비즈니스포스트] PC를 끄거나 스마트폰 전원이 꺼져 있어도 인공지능(AI)이 서버에서 게임 캐릭터를 대신 육성한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다른 이용자까지 합류시켜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직접 하지 않을 거면 게임 왜 하냐”며 게임 내 '자동 전투'에 대한 이용자 찬반 논쟁이 팽팽했던 국내 게임 시장이 이제 자동 전투를 넘어 AI에 게임 플레이 자체를 맡기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24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 등 올해 3분기 출시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은 ‘AI 비접속 성장 모드’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은 최대 24시간 AI 모드를 지원한다. 게임이 종료된 상태에서도 사냥은 물론 아이템 강화와 제작, 거래까지 AI가 알아서 수행한다. 접속하지 않은 친구를 전투에 합류시키는 수준까지 기능을 끌어올렸다.

김태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게임 소개 영상에서 “AI 모드로 전환되면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이 꺼지지 않고, 그 상태에서 PvP(이용자 간 대결)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 역시 24시간 AI 모드를 지원한다. 이용자가 설정한 조건에 맞춰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자동으로 사냥과 파밍(반복적으로 아이템을 얻는 행위)이 이뤄진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같은 편의 기능들을 게임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라이트한 MMORPG’를 표방하고 있다.

앞서 6월 중 먼저 출시된 넷마블의 ‘솔: 인챈트’ 역시 24시간 AI 모드를 선보였다. 캐릭터 육성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대형 MMORPG 신작들도 이제는 ‘AI 모드’와 ‘비접속 사냥’을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다.

기존의 자동 전투는 PC나 스마트폰을 켜둔 상태에서 가능한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기기를 꺼도 ‘비접속 전투 모드’로 AI가 알아서 싸워준다.  게임사 서버 내 AI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캐릭터를 ‘가상 플레이어’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제 게임도 AI가 알아서 다 해준다?", 컴투스·스마일게이트 신작에 'AI모드' 적극 도입하는 이유

▲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 신'의 AI모드 설정 화면. <유튜브 게임 소개 영상 캡처> 

게임 내 AI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초 8~12시간 수준으로 보조하는 선에서 도입되던 비접속 자동 전투가 올해 신작들에서는 24시간 무접속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 사냥 및 전투, 캐릭터 성장은 물론 아이템 강화·거래 등 핵심 게임 플레이를 AI가 대신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용자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AI가 알아서 다 해주면 게임을 대체 왜 하냐”, “이제는 게임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관찰하는 시대가 됐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  

반면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에 한 번 접속하기도 힘들다”며 편의성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형섭 전주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상호작용을 하는 재미는 부족할지 몰라도 스포츠를 직접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는 e스포츠 세대에게는 ‘보는 재미’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게임사들이 MMORPG에 AI 모드를 대거 도입하는 배경에는 MMORPG의 주요 이용층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MMORPG를 하면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주요 이용자 층이 30~40대로 옮겨가면서, 게임에 긴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운 이들의 ‘시간 부족’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다. 접속 시간이 곧 경쟁력인 전통적 MMORPG 방법으로는 핵심 이용자 층을 붙잡아두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방치형 게임 장르의 세계적 흥행도 이같은 게임 내 AI 기능 강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방치형 게임이 국내외 매출 상위권을 휩쓸면서 짧은 접속으로도 성장의 재미를 얻으려는 이용자 성향이 빠르게 확산했다. MMORPG가 방치형 게임의 편의성을 흡수해 이용자 이탈을 막으려는 시도가 AI 모드로 나타난 셈이다.

이상문 엔픽셀 개발총괄 PD는 “게임이 영상, 숏폼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경쟁하는 시대에 이용자의 시간을 억지로 붙잡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방치형 게임 인기가 대형 MMORPG들의 게임 조작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며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가 된 이후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AI 기반의 자동화 방식은 이제 온라인 MMORPG에서도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