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더해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 소재 및 제조 공급망을 의존하던 전 세계 기업들이 이를 다변화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인도와 베트남 등 아시아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기업 경제사절단의 인도 및 베트남 순방을 계기로 신남방 지역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신남방 정책은 과거에도 추진되었으나 규제나 경제성 등 이유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세계 지정학적 위기에 맞춰 한국 정부도 인도 및 베트남과 경제협력 목표를 구체화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 경영진이 신남방 지역에서 새로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전략적 의미를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트럼프 관세와 이란 전쟁에 글로벌 공급망 '이중고', 중국 의존 탈출구 인도 동남아 뜬다
② "포스트 차이나는 여기", 삼성 이재용 인도·베트남서 반도체•스마트폰 영토 확장 속도낸다
③ 신한금융 베트남 외국계 1위 은행 너머 바라본다, 진옥동 무기는 '원신한'과 '현지파트너십'
④ LG 구광모 인도•베트남서 1조 원대 투자 결정, 현지 시장 공략•생산라인 고도화 지속
⑤ 신동빈 '글로벌 롯데' 다시 띄운다, 롯데 베트남 유통•인도 식품 투트랙 속도
⑥ 한-인도 금융협력 새 장, 미래에셋 박현주 '현지화' 앞세워 인도 5위 노린다
⑦ 정의선 인도•베트남 시장 꾸준히 공들이는 이유,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도 판로 다각화 '든든'
⑧ 베트남 원전 현지 '속도전', 대우건설 정원주 대우DNA 발판으로 도약 발판
⑨ 포스코그룹 계열사 인도•동남아 사업 확대 총출동, 장인화 '완결형 현지화 전략' 본격 시동
⑩ HD건설기계 인구 14억 인프라 시장 점유율 1위 겨냥, 문재영 신흥국 전략 핵심은 인도

[신남방 리부트②] "포스트 차이나는 여기", 이재용 삼성전자 인도·베트남서 반도체·스마트폰 영토 확장 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포스트 차이나'로 신남방 지역의 인도와 베트남을 낙점해 반도체·스마트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2>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 생산 요충지로 인도와 베트남 등 '신남방'을 점찍고, 현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장기화와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새로운 시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가전과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기판 제조와 반도체 패키징 생산 거점까지 신남방에 구축함으로써, 국제 질서의 다극화 추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4월19∼24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신남방 지역 투자 확대와 시장 공략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인도는 최근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 공동 성명을 채택다. 한국은 인도를 '실용외교와 신남방정책 계승 및 발전의 핵심 축으로 간주한다'고 표현하며 협력 의지를 다졌다.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파트너십'에서는 8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인도와 베트남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앞으로 첨단 제품 생산과 혁신 연구개발(R&D)을 인도 현지에서 같이 하겠다"며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을 비롯해 델리·벵갈루루 연구개발(R&D) 센터, 델리 디자인 연구소 등 현지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며,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은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인구가 약 14억 명에 이르는 데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중위 소득층 비중은 2020년 29%에서 2030년 4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스마트폰, 가전, TV 등 전자제품의 수요 확대와 직결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인도 소비자의 선호도도 높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 TV 시장에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연속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오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 미만의 점유율에 그치고, 최근 중국 TV·가전 소비자 시장에서 철수를 공식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들에게 구조적으로 밀려난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현지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지 완결형 대규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인도 R&D 센터를 통해 현지인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해 제품에 적용하는 것도 중국 시장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3년부터는 갤럭시 S와 Z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은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해외생산 기지다.

베트남 박닌성과 타이응우옌성 공장이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삼성 베트남의 매출은 649억 달러(약 97조 원), 누적 투자액은 240억 달러(약 36조 원)에 달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4월24일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의 성공은 삼성의 성공이라는 믿음 하에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며 "한국을 제외하면 베트남에 최첨단 기술이 결집되어 있으며, 젊은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 중"이라고 말했다.
 
[신남방 리부트②] "포스트 차이나는 여기", 이재용 삼성전자 인도·베트남서 반도체·스마트폰 영토 확장 속도

▲ 2026년 4월20일(현지시각) 인도 영빈관인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왼쪽)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삼성은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기판과 반도체 패키징까지 베트남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베트남에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약 12억 달러(약 1조8천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삼성전자는 국내 D램 패키징 라인 일부를 베트남에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확대로 인해 중국 내 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베트남을 새로운 반도체 패키징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반도체 패키징 시설에 40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삼성은 베트남 당국에 오랫동안 반도체 사업 진출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세제 혜택 축소 리스크는 삼성의 투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의 표준 법인세율은 20%이지만,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삼성전자 같은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실상 5% 수준의 세금을 적용해왔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2024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와 '적격소재국추가세(QDMTT)'를 도입하면서, 최저한세 기준인 15%의 법인세를 내야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매출 7억5천만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 이상의 법인세를 강제로 내도록 보장하는 국제 조세 규칙이다. QDMTT는 다국적 기업이 덜 낸 세금(최저한세 15% 미달분)을 본사 소재국이 아닌 실제 돈을 번 사업장 소재국이 직접 걷어가는 제도다. 

베트남 정부는 세금을 15%로 받는 대신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를 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투자지원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과거만큼의 혜택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미흡한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환경이 반도체 등 첨단시설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25 인도 진출전략'이란 보고서에서 "인도 정부의 인프라 부흥 계획에도 생산공장에 잦은 정전으로 인한 영업 손실, 수질 문제로 미세공정 제품 생산 불가 등 제조업 인프라가 미흡하다"며 "인도 정부는 인프라 부흥 계획(PM Gati Shakti)을 시행하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인프라 부족은 여전한 문제"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