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 앞두고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 '불똥' 튀나, 정쟁 중심에 놓여

▲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에 운영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 삼성SDI >

[비즈니스포스트] 헝가리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사이 정치적 공방이 오가고 있다. 삼성SDI의 현지 배터리 공장에 정부 지원을 겨냥한 야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각) 헝가리 국영통신사 MTI에 따르면 헝가리 최고법원은 최근 삼성SDI 공장의 환경평가 효력을 복원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한 시민단체가 2023년 12월 정부 당국을 상대로 삼성SDI 공장에 종합오염방지제한(IPPC) 환경평가 허가를 승인할 때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하급심 법원은 환경평가 허가가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최고위 법원에서 이를 뒤집은 것이다.

MTI에 따르면 최고법원은 정부 기관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인 뒤 하급심에서 법률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삼성SDI는 현재 헝가리 배터리 공장의 생산 용량을 연산 60GWh(기가와트시)로 증설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 판단으로 환경평가 효력이 복원돼 증설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현지 야당의 공세에도 직면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가 삼성SDI에 제공했던 보조금을 겨냥해 야당에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매체 HVG에 따르면 야당인 민주연합당의 클라라 도브레브 대표는 최근 EU 집행위에 서한을 보냈다. 

도브레브 대표는 헝가리 정부가 삼성SDI에 지급했던 900억 포린트(약 4천억 원)의 국가 보조금 철회를 위해 힘을 실어 달라고 EU에 요청했다.
 
또한 9일에는 우익 정당으로 알려진 ‘우리조국운동’의 도라 두로 의원도 삼성SDI 공장 앞 도로에서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헝가리 총선 앞두고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 '불똥' 튀나, 정쟁 중심에 놓여

▲ 도라 두로 우리조국운동당 의원(왼쪽)이 9일 헝가리 괴드에 위치한 삼성SDI 앞 도로를 쇠사슬로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라 두로 의원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삼성SDI는 2017년 한화로 약 9600억 원을 투자해 브라운관 등을 생산하던 헝가리 괴드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전환했다. 

2022년 말 제2공장을 준공했으며 지난해 3월14일 유상증자로 모은 2조 원대의 자금 가운데 일부도 헝가리 공장 증설 작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는 헝가리 정부에서 제공하는 세금 감면과 보조금 등 지원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정쟁의 한복판에 몰린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관련 판결을 다룬 최근 보도에서 “헝가리 집권 여당은 최근 삼성SDI 공장과 관련해 수세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야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 서비스 개선과 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며 16년째 장기 집권하는 정부 여당을 겨냥해 정권 교체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에 불똥이 튀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헝가리 제1야당인 ‘존경과 자유(TISZA)’당은 자국 내 대형 배터리 기업의 운영 실태를 재검토해 환경 기준을 준수하도록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더해 존경과 자유당은 제조업과 환경오염 유발 기술에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 운영에는 현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중요한데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역시 헝가리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SK온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정치학자 다니엘 미케츠는 11일 헝가리매체 네프사바와 나눈 인터뷰에서 “선거 국면에서는 더 많은 유권자가 이러한 문제를 접한다”며 “야당이 지금과 같은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