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을 못박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이 대통령이 보유세 강화까지 암시함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향방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의지 재확인, 6월 지방선거 뒤 '보유세' 카드 촉각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정부는 후속 부동산 정책 준비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유세 강화 방안까지 살펴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종료에 대한 글을 네 건 연달아 게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2025년 5월9일 종료는 2025년 2월에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며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크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그대로 이뤄지면 조정대상 지역 기준 기본 세율 6~45%에 20~30%포인트가 중과된다. 지방세 10%까지 더하면 시세차익에 2주택자 기준 최고 실효세율은 71.5%에 이른다. 3주택자 이상이라면 최고 실효세율 82.5%를 부담하게 된다. 이를테면 집을 팔아 얻는 양도소득의 대부분을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버티는 비용’을 언급한 것은 보유세 개편에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까지 제기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될 경우 다주택자가 부동산을 매매할 시 양도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보유세를 감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에 세제를 동원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서 최근의 기자회견까지 이르는 공약의 일관성을 뒤집는 것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세금을 통해 집값을 잡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해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웬만하면 최대한 미루려고 한다”며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걸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시중에 보유세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면 국민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줄 수 있으니 50억 넘는 데만 하자는 ‘50억 보유세’ 얘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50억 보유세’ 얘기는 기자회견 이전 있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이번 달 초 정부가 보유·양도·취득세 등을 검토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실장은 14일 한겨레와 나눈 인터뷰에서 “주택 공급이 발표되고 조금 안정화되면 그다음에는 세금 문제를 고민할 것”이라며 “10·15 대책 당시 정부 발표를 보면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돼 있다. 조세 형평,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위해 보유·양도·취득세 다 검토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소극적이나마 세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을 꺼내든 것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 자신이 말했던 ‘가급적 오지 않길 바란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의지 재확인, 6월 지방선거 뒤 '보유세' 카드 촉각

▲ 지난해 서울 주요지역 집값의 가파른 상승과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전국 아파트값 상하위 격차가 14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사진은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등 서울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꼭 필요하고 유효한 상황인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도 없다. 가급적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차원의 무제한 통화 공급이 시차를 두고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며 자산 가격 중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적돼 현재 부동산 대책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대책의 전통적 수단인 기준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내리자니 부동산 등 자산 인플레이션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부담이 상당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세금 정책을 배제한 채 지난해 6·27, 9·7, 10·15 등 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과 그에 더해 가격대별로 한도를 차등 적용한 10·15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잠시 꺾이는 듯 했으나 대세 상승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라 2025년 9월과 12월까지의 아파트 평균매매가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은 예외없이 오름세가 지속됐다. 9월과 12월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비교하면 전국의 경우에는 2.39% 상승한데 반해 수도권(3.1%), 서울(3.86%),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2.49%), 서초구(3.31%), 송파구(5.63%)로 상승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정조준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더 오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잇달아 내놓은 수요 억제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공급대책 쪽으로 시선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공급 대책은 장기전인 만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급 대책의 초점을 일단 단기적 성과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는 5월9일 종료된다. 이는 6월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와 시점이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엑스(X)에서 “지난 4년간 유예 반복을 믿게 한 정부의 잘못도 있으니 5월9일까지 계약한 것은 중과세 유예를 해주도록 국무회의에서 의논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표심과 시장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상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완충 장치를 제공하는 한편, 시장에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단기적인 거래 활성화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보유세 인상 등 추가적인 부담을 수반하는 정책 수단은 6월3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더라도 지난해 나온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은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내놓는다고 해도 거래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