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이 중국에서 펼친 현지화 전략으로 배당금 수익을 벌고 있다. <오리온>
24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오!감자’ 등을 앞세워 올해도 중국시장에서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한 신문에 “오리온 초코파이 중국서 잘 팔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전 세계 기업의 케이크 제품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데다 시장점유율도 제일 높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기사는 초코파이가 중국 파이류 시장에서 점유율 10.9%로 1위 차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표 지명도에서도 오리온 초코파이는 14.1%로 단연 1위를 기록했다”며 “오리온 초코파이는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1위에 오른 제품”이라고 언급했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 1990년대 초 진출을 본격화했다. 1992년 베이징 현지사무소를 개설하며 첫 삽을 떴고 1995년 베이징, 1997년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1996년 착공한 현지 생산공장은 이듬해 준공돼 현지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이처럼 오리온이 중국시장 진출을 한 지 대략 30년 만에 중국법인은 오리온 본사에 배당을 주는 ‘효자’가 됐다. 배당 규모는 지난해 1340억 원, 올해 1439억 원 규모다. 2024년 오리온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5332억 원이었다.
중국법인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2701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연결기준 매출의 41%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 비중인 35%보다 많은 최대 지역이다. 같은 기간 중국법인의 영업이익은 2439억 원으로 전체의 45%였다.
중국법인은 2013년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배당을 시작한 까닭은 그동안 이익잉여금을 재투자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 1990년대 초 진출을 본격화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초기 투자금에 대한 차입금 상환과 현지 시설투자 등 재투자를 하느라 배당을 하지 않았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러시아 등 해외법인이 모두 현지에서 이윤을 창출해 재투자하며 사업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이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일례로 ‘꼬북칩’은 현지명 ‘랑리거랑’(룰루랄라)으로 마라새우맛, 쌀새우맛 등을 출시해 현지 생산해 판매되고 있다. ‘티라미수’와 ‘요거트파이’ 등 중국에서만 선보인 제품도 있다.
초코파이는 ‘하오리요우’(좋은 친구)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 정서에 맞춘 ‘정(情)’ 글자로 마케팅하던 것을 중국에서는 공자 사상에 맞춰 ‘인(仁)’ 글자를 선택해 브랜딩했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은 현지인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현지 우수 인재와 전문 인력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며 “전체 직원 수 4천여 명 가운데 99% 이상이 현지 직원이며 공장 6개 가운데 4개의 공장장을 현지인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동북과 화북, 화남 등 5개 지역 영업 본부 수장에 글로벌 기업 출신 현지인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창업주인 이양구 회장은 일찍이 중국 진출을 꿈꾸며 1981년 국내 생산공장을 건설할 당시 중국 수출이 용이한 전북 군산항과 가까운 익산을 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담철곤 회장이 그 뜻을 이어받아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키운 것이다.
오리온의 중국 사업에는 쉽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2017년 일명 ‘사드사태’로 인해 실적이 급감했다. 이후 3년 동안 회복에 힘써 2020년 다시 매출 1조 원을 회복했다. 이후 중국법인은 꾸준히 매출 1조 원 이상을 내고 있다. 올해도 1~9월 누적 매출 9704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국가에서 받는 배당으로 국내에 설비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현재 진천 공장에 4600억 원을 투자해 건설할 수 있는 것도 해외에서 이익을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