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로보택시 '볼륨 경쟁'에 돌입한 구글 웨이모에 공급사로 새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웨이모는 테슬라와 달리 현대자동차와 재규어, 중국 지커 등 다양한 완성차업체 차량에 기반해 이른바 ‘로보택시’를 내놓았는데 최근 협업이 가시화한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주목된다.
웨이모는 10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 본사에서 핵심 인력으로 일하던 스티브 파일러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새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차량 공유 사업 규모를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확대할 때”라며 “CFO 합류로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웨이모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5개 도시에서 주당 25만 회의 유료 운행을 달성했다. 내년엔 미국 내 서비스 도시 숫자를 12곳으로 늘린다.
또한 웨이모는 올해 4월 일본 도쿄에서 로보택시 시범 주행을 시작했고 내년 영국 런던에도 출시한다고 전했다.
로보택시 시장 경쟁이 초반 기술 대결에서 본격적으로 규모 싸움으로 전환하는 국면에 있다는 점에서 웨이모의 신규 임원 충원과 사업 확대 예고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볼 수 있다.
테슬라도 로보택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6일 주주총회에서 ‘1조 달러’(한화 약 1470조 원) 임금 보상안에 화답해 로보택시 생산 및 운행 대수 확대를 주요 공약이자 자신의 스톡옵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이날 “로보택시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을 내년 4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라며 “대당 생산 시간을 10초까지 줄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테슬라는 프리몬트와 오스틴 등에 전기차를 연간 수십만 대씩 만드는 공장을 뒀는데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보택시 생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차량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테슬라와 달리 웨이모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외부 협업사 차량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로보택시를 운영한다.
이에 웨이모로서는 로보택시 규모 대결을 위해 현대차와 같은 차량 공급사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웨이모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 차량 수동 테스트를 시작했다.
▲ 구글 웨이모가 위장막을 씌운 현대차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내 금문교 인근 해안도로에서 시험 주행하고 있다. <웨이모>
이를 두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 공식 계정을 통해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현대차와 웨이모는 지난해 10월4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공장에서 조립한 아이오닉5를 로보택시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 아이오닉5를 비롯한 차량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연간 50만 대로 확대할 방침을 갖고 있다.
웨이모가 테슬라에 뒤지지 않는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출 현대차를 로보택시 우군으로 끌어들인 모양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모기업) CEO가 2024년 10월29일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통해 더 많은 자율주행차를 제공하겠다”며 양사 협력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동안 웨이모가 로보택시 차량으로 쓰던 재규어 ‘I-페이스’가 지난해 12월부터 단종돼 웨이모에게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사이드EV는 지적했다.
일단 웨이모는 5월5일 북미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 건설한 생산 설비에서 내년까지 2천 대의 I-페이스 차량 기반 로보택시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에 로보택시 공급을 늘릴 공산이 크다.
웨이모는 로보택시 다른 협업사인 중국 지커의 RT 차량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도시에 시범 운행하고 있지만 이 차량은 페달과 운전대가 없다.
미국 연방 교통당국은 운전대나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 출시에 허가 절차를 추가로 요구해 현대차 아이오닉5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요컨대 웨이모가 테슬라와 미국을 중심으로 로보택시 규모의 경쟁을 시작하는 시점에 현대차와 시험 주행도 시작해 두 기업의 협업이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드EV는 “웨이모가 성장을 거듭하는 시점에 아이오닉5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