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통제 강화하면 삼성전자 미국 2나노 양산 직격탄, K반도체 '슈퍼 사이클' 차질 빚나

▲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로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공장의 2나노 양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희토류가 반도체 제조 핵심 원재료인 만큼, 수출 통제가 본격화할 경우 모처럼 찾아온 '슈퍼 사이클'을 누릴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에 차질이 발생,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2나노 칩 양산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가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나 256단 이상 적층 메모리 반도체 관련 희토류 수출 신청을 개별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는 뛰어난 화학적, 물리적 특성 때문에 전자제품이나 전기차 등에서 사용되는 필수 광물 원자재로,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희토류 금속의 79.8%, 희토류 화합물의 47.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희토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출통제에 포함된 디스프로슘은 99.9%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디스프로슘은 강한 자성과 내열성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희토류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 희토류 통제방식은 가공과 제련 기술의 해외이전을 막는데 중점을 뒀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희토류의 물리적 이동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본격화한다면,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과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서, 재료 수급 문제로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해져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심 광물 연구 책임자인 그레이슬린 바스카란은 “이것은 중국이 지금까지 시행한 가장 엄격한 수출 통제 조치”라며 “중국이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채찍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취소를 시사하고,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 희토류 통제 강화하면 삼성전자 미국 2나노 양산 직격탄, K반도체 '슈퍼 사이클' 차질 빚나

▲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중국의 조치는 삼성전자의 2나노 양산 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 ASML이 독점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출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의 광원 시스템은 최소 2가지 희토류 원소의 화합물이 필요하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11일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ASML의 제품 출하가 몇 주 동안 지연될 수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기업들은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발생할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캠퍼스는 이미 다량의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막바지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는 아직 EUV 장비가 본격적으로 반입되지 않았다. 테일러 공장은 4나노 이하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위해 건설된 만큼, EUV 노광 장비는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테슬라로부터 약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AI칩 ‘AI6’ 칩 수주에 성공했으며, 2027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분쟁으로 희토류, 반도체장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2나노 양산 시점은 예정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미국 공장을 하루 빨리 가동해 파운드리 적자 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2분기에만 3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에서 대형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실적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 등 향후 반도체 생산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