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의 자회사 편입이 현실화되면 네이버가 구상해온 금융 생태계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자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대형 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하고 기존 주주들과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으로 거래가 마무리되면 모회사 네이버에 두나무가 손자회사 형태로 편입되는 형태다.
시장 관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진출에 쏠려 있다. 최근 새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추진하며 친화적 기조를 보이면서 금융과 IT기업 등 업계 전반에서 스테이블코인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이 지분 교환을 통해 긴밀하게 협업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가 보유한 4천만 사용자 기반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가 결합하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혜열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단계 가상자산법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요건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네이버와 두나무 협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강력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기관 타이거 리서치는 이번 거래를 두고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이 코인베이스를 인수하는 것에 맞먹는 수준의 빅딜”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는 이번 거래를 통해 금융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된다.
이번 거래가 현실화하면 네이버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국내 1위(세계 4위) 규모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간편결제·송금·보험 비교·투자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고 여기에 두나무까지 더해지면 금융 슈퍼앱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그간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금융 시장을 공략해 왔다. 경쟁사들이 카카오페이증권·토스증권 등을 통해 투자상품 매매 사업에 진출한 것과 달리 직접적인 투자상품 매매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다.
네이버페이가 올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지분 70%를 약 700억 원에 인수해 비상장 주식 거래 서비스를 추가한 데 이어 가상자산까지 품으며 금융 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사진은 업비트 로고.
이번 거래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와의 협상 과정에도 이 의장이 직접 나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송치형 두나무 의장과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개인적 인연도 깊다. 두 기업의 기업가치와 구조를 고려할 때 송치형 회장 등 두나무 경영진이 네이버파이낸셜 주요 주주로 합류해 연합 구도를 함께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해진 의장은 최근 M&A·투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 의장은 반년 동안 M&A와 글로벌 투자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월에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으며, 8월에는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을 6045억 원에 완전 인수했다. 이달에는 컬리 지분을 일부 매입하며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남은 핵심 변수는 규제와 두 기업 간의 주식 교환 비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의 영업이익 규모가 네이버파이낸셜보다 크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할 경우 장외 시가총액 대비 약 30% 할증된 14조 원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교환 비율은 1 대 0.93 정도가 되고 네이버는 이 가운데 약 37.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