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주가 맥 못 춰 소액주주 행동 나서, 김상현 주주환원에 자사주 매입·소각도 넣을까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5년 9월15일 서울 잠실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CEO IR DAY'에서 롯데쇼핑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롯데쇼핑>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쇼핑은 2025년 2월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 플랫폼인 ‘액트’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았다. 

‘액트’는 주주서한에서 회사의 대규모 사업 투자, 높은 부채비율, 최고위직의 지나치게 높은 보수 등을 지적했다. 

이는 △2030년까지 7조 원을 투자해 타임빌라스 쇼핑몰 13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 △190%(2024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부채비율 △2023년 기준 신동빈 회장(19억 원)과 김상현 부회장(16억 원)의 높은 보수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액트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 축소와 수익이 낮은 사업부 정리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비율 개선 △신동빈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등을 요구했다. 

액트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주주제안서를 롯데쇼핑 쪽에 발송했다. 주주제안에는 △집중투표제 도입 △임원 보수 정책 투명화 △1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액트는 유의미한 지분율(3%) 확보에 실패해 실제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지는 못했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주주행동의 배경으로 지나치게 저평가된 롯데쇼핑 주가를 꼽았다. 2025년 6월 말 기준 롯데쇼핑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3에 그친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요구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선진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김상현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

그런데 롯데쇼핑은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에 앞서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10월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놓은 3개년(2024~2026) 주주환원 정책이 그것이다. 

이 주주환원 정책에는 △주주환원율 35%를 지향하고 △최소 3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며 △중간배당을 시행하고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기준일 결정을 통해 배당 절차를 개선해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부회장은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주주레터도 발송했다.

주주레터에는 백화점 핵심 점포 리뉴얼을 가속화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해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김 부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 20조3천억 원, 영업이익 1조3천억 원, 해외사업 매출 3조 원을 목표 수치로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을 하나하나 실천했다.

2024년 주당 배당금 3800원을 지급했고, 배당 절차도 발표 내용대로 개선해 2024년도 배당부터 적용했다. 2025년 6월에는 롯데쇼핑 상장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신설해 주당 1200원을 지급했다. 다만 2024년 롯데쇼핑이 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주주환원율 35% 약속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롯데쇼핑의 주주환원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나온다. 액트의 주주제안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가 포함돼 있었다. 

액트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상장 후 단 한 번도 주가안정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적이 없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특성 때문에 자사주 매입·소각에 부담을 느낀다는 견해가 나온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40.00%), 2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0.23%)인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0.40%에 달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이 지분율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약해지고 경영권 독점이 심화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저해하게 된다. 아울러 주식시장에서 롯데쇼핑 주식의 유동성이 낮아지는 효과도 불러온다. 

롯데쇼핑이 2030년까지 타임빌라스에 7조 원을 투자하는 등 회사 성장 전략과 점포 구조조정에 자원을 우선 배분하고자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자사주 매입 시 유통 가능 주식수 감소로 투자자 접근성을 제한시킬 수 있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예정된 투자비 집행과 부채 축소 이후 자원이 확보되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현은 누구?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는 1963년생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JP모건을 거쳐 P&G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국 P&G 사장, P&G 싱가포르지사 부회장, P&G 아세안총괄 사장, 미국 P&G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후 홈플러스로 옮겨 2016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2017년 홈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각각 올랐다. 2019년에는 데어리팜그룹 헬스앤뷰티(H&B)그룹장 겸 최고마케팅·사업개발담당자(CMO)로 이동했다. 

2022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와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