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한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은 최근 미국이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재정난에 빠졌는데 이번 총회를 통해 재정난을 극복하는 게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담 주간이 미국 뉴욕시에서 22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한국시각 이날 오전 출국했다.
유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번 유엔총회 일정에 '기후정상회담'을 포함시켰다. 기후정상회담은 24일에 열리며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관 아래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정상회담을 맞아 "기후변화는 아직 통제되지 않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아래로 유지한다는 우리 핵심목표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징후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기후정상회담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1일자 기사를 통해 유엔과 핵심 후원국인 미국의 관계가 크게 악화돼 있는 만큼 이번 기후정상회담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 공식석상에서 "유엔총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같은 달 행정명령 14199호를 통해 유엔에 내는 분담금, 기타 지원, 이에 관련한 협약과 조약 등을 모두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유엔이 내는 모든 공여 및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미국 공화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유엔 탈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 전체 예산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 유엔은 지금처럼 운영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미국을 파리협정에서 탈퇴시키는 행정명령 14162호에도 서명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에 세계 각국이 맺은 협약으로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과 연계된 녹색기후기금(GCF) 등 각종 기후대응 사업을 향한 지원도 지난 몇 개월에 걸쳐 모두 중단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공군기지에 내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은 미국을 대신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에게 지원 확대를 촉구했으나 중국은 분담금 납부를 연기하는 등 사태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에 결국 유엔은 올해 7월 'UN80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조직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기후대응 분야도 인력과 운영 규모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기후 전문 기관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환경 전문 기관 유엔환경계획(UNEP)을 통합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엔은 이번 총회를 통해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을 다시 강화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기후정상회담 바로 전날인 23일에 유엔 본부를 찾아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안전하고 번영하며 평화로운 미국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다시 강해졌고 이는 전 세계를 더욱 안정시켰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간 갈등 해소를 위해 이번 총회 기간 동안 따로 회동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엔이 분담금 납부 등 미국의 지원을 다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유엔 분담금 납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나는 지금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다"며 "우리는 희망을 계속 키워야 하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절대 포기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든 회원국은 이번에 새로운 기후 행동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것을 포함해야 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엄청난 규모의 재앙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