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
안재용 대표이사 사장은 독일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와 소아용 21가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PCV21) 개발을 양대 축으로 회사의 실적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164억 원으로, 1분기 1546억 원, 2분기 161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IDT 인수 효과가 본격 반영된 결과로, 세 분기 연속 1천억 원 이상 매출을 이어가며 외형 성장을 뚜렷하게 입증했다.
특히 IDT 인수는 단순한 지분 확보가 아니라 글로벌 확장 전략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IDT는 독일에 본사를 둔 백신 전문 CDMO 기업으로, 원액(DS)과 완제(DP) 생산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대형 바이알 충전과 동결건조 설비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 전 과정을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을 유럽에서 확보했다. 안동 L-HOUSE와 IDT를 양축으로 한 이원화 생산 체계는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고객사 맞춤형 프로젝트 수주 능력을 크게 높였다.
IDT는 유럽·미국 빅파마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IDT의 수주 확대와 생산성 제고를 통해 2028년까지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5년 내 연결기준 매출 1조 원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한 실적 기여를 넘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기 성장 전략과 직결되는 인프라 확충 효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체 백신 포트폴리오에서는 PCV21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기존 13가·15가 백신 대비 혈청형 범위를 넓혀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백신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호주·미국·유럽·한국 등에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임상 승인을 확보해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을 넓혔다. 글로벌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2030년까지 122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매출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1가를 넘어서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도 착수했다. 소아와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전 세대용 백신 라인업을 갖추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단일 제품에 의존하지 않고 세대별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준비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전반을 선도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폐렴구균 백신 외에도 mRNA 기반 일본뇌염 백신, 차세대 면역증강 독감 백신,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후보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천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글로벌 보건 네트워크와의 협력도 회사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2013년 장티푸스 백신 공동 연구에서 시작된 게이츠 재단과의 인연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안재용 사장은 게이츠 재단 핵심 인사들과 여러 차례 협력 논의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빌 게이츠와도 직접 만나 협력의 폭을 더욱 넓혔다. 양측은 폐렴구균과 로타바이러스 등 소아 감염병 백신을 비롯해 차세대 백신 개발, 저개발국 백신 보급, 팬데믹 대비 전략까지 폭넓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단순한 상업적 기업을 넘어 글로벌 보건 공공재 공급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 매출 6200억 원, 2026년 7천억 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IDT 인수를 통한 글로벌 생산 인프라 확대와 폐렴구균 백신 임상 진전, 자체 백신 해외 매출 본격화가 주요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장원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