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제휴요금제 점유율 '제자리', 최주희 콘텐츠 경쟁력 없이 '단솥에 물 붓기'

▲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가 2024년 3월12일 열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ENM 사옥에서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티빙>

[비즈니스포스트] 티빙이 구독자 확대를 위해 제휴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할인 묶음과 파격 혜택까지 내걸었지만, 정작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문제는 단순한 가입자 수 증감에 머물지 않는다. 콘텐츠 경쟁력, 시청자 만족도 전반에서 두드러진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제휴 전략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9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티빙이 공들여 내놓은 결합 요금제가 점유율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연합 시너지보다는 제자리걸음에 가깝다는 평가이다.

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티빙 757만 명, 쿠팡플레이 729만 명, 웨이브 430만 명으로 나타났다. 티빙은 전월과 비교해 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웨이브는 11만 명이 줄었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40만 명이 급증하며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지난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가입자 구성이 달라 겹치는 비중이 약 30% 수준”이라며 “합병 시 콘텐츠 경쟁력과 가입자 규모가 동시에 확대돼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올 상반기 ‘결합 요금제’를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며 협력 구조 강화에 나섰다. 티빙은 지난 6월 두 서비스를 각각 구독할 때보다 최대 39% 저렴한 ‘더블이용권’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합병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합 요금제만으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상파 콘텐츠다. 

현재 웨이브와의 더블 요금제에서는 SBS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는 제공되지 않는다.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인 SBS 콘텐츠 역시 오는 9월30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협력 확대를 내세운 결합 전략이 오히려 콘텐츠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SBS는 자체 플랫폼 확대보다는 글로벌 OTT와 손잡는 길을 택했다. 주요 드라마와 예능 등 핵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며 글로벌 노출을 강화하고 있다. 웨이브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공동 출자해 출범한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 이탈은 단순한 파트너십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 SBS 콘텐츠는 웨이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웨이브에 따르면 ‘런닝맨’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예능 부문 시청시간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드라마 ‘모범택시’, 예능 ‘런닝맨’, 시사교양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각 부문 누적 시청시간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은 이용자 신뢰에도 직결된다.

결합 요금제가 ‘불완전한 상품’으로 비칠 경우 소비자 피로도는 높아지고, 장기 구독으로 이어질 유인은 줄어든다. ‘묶음 효과’가 기대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결합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티빙 제휴요금제 점유율 '제자리', 최주희 콘텐츠 경쟁력 없이 '단솥에 물 붓기'

▲ 설티빙과 웨이브가 지난 6월 합병에 앞서 통합 요금제인 '더블 이용권'을 출시했다. <티빙>


최주희 대표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배달앱 배달의민족과도 손을 잡았다.

티빙은 지난 6월 배달의민족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 가입자가 월 3500원을 추가로 내면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상품을 내놨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가 월 5500원인 점을 고려하면 2천 원의 할인 효과가 있다.

배달의민족의 8월 MAU는 2306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만 티빙으로 끌어와도 안정적 업계 2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재 티빙은 업계 2위 자리마저 지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사이 경쟁사들은 뚜렷한 무기를 앞세워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와 예능 중심의 자체 제작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글로벌 배급력을 무기로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 역시 브랜드 충성도와 프랜차이즈 콘텐츠를 앞세워 틈새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티빙의 존재감을 키우려면 단순히 가격을 묶는 전략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별화된 오리지널 제작, 지상파와 케이블을 아우르는 콘텐츠 확장, 그리고 이용자 관점에서 설계된 매끄러운 통합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합 요금제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티빙에 따르면 배민클럽 결합상품과 웨이브 더블이용권 출시 이후 2개월간 누적 신규 가입자는 제휴 첫 주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실제 2분기 기업설명(IR)에서도 6월 제휴 요금제 출시 효과로 전분기보다 가입자 수가 1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배민클럽 결합상품은 ‘첫 달 100원’ 혜택이 8월까지만 적용된다. 웨이브 더블이용권 역시 9월30일까지 얼리버드 프로모션으로 ‘더블 슬림’ 요금제를 월 7900원에 제공하나 10월부터는 9500원으로 오른다. 신규 가입자 증가가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OTT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며 양질의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순 숫자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독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