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이어 '승인 장벽' 높여, 한화큐셀 OCI 미국 사업 불안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뒷줄 왼쪽 두 번째)이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유럽연합(EU) 정상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맞은편) 등과 진행한 다자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인허가를 중단할 뜻을 내비치면서 한화큐셀과 OCI의 미국 현지 사업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한화큐셀과 OCI는 그동안 미국의 관세 부과와 에너지 행정명령 등으로 인한 타격을 걱정했으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태양광 설비 인허가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자신의 트루스소셜 공식 계정을 통해 “풍력과 태양광 설비를 건설하고 이를 전력으로 쓴 모든 주에서 에너지 비용이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풍력과 태양광을 두고 “세기의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와 CNBC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미국 당국이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 인허가를 제한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다수 언론이 태양광 인허가를 제한할 것이라 관측하는 것은 미국 농부무와 내무부 등 연방 부처에서 최근 잇달아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은 전날인 19일 농지에 설치할 50킬로와트 이상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정책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롤린스 장관은 지원 중단의 이유를 두고 "높은 재생에너지 설비 수요로 부지인 농지 가격이 대폭 올랐다"고 주장했다. 2022년 기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미국 농장은 5년 전보다 30% 증가한 12만 곳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미국 내부부는 7월15일 성명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인허가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농업용 부지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신규 허가를 중단하는 극단적 방안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민간 토지에 대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직접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 토지나 연방 보조금이 들어갈 사업은 인허가 권한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CNBC는 “재생에너지 기업은 허가 절차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을 이미 우려하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증폭됐다”고 짚었다. 

이는 한화큐셀과 OCI 등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도 예외가 아닐 공산이 크다. 

태양광 사업 전반에 대해 미국 연방 정부의 규제가 강화된다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이어 '승인 장벽' 높여, 한화큐셀 OCI 미국 사업 불안

▲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태양광 패널이 담긴 박스를 벗겨내고 있다. 이달 8일 게재된 사진이다. <한화큐셀 북미법인>

특히 정부 규제 강화는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풍력, 태양광 발전설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미국 태양광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공식 정책으로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큐셀과 OCI는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모듈 제조와 판매, 폴리실리콘 수출 사업 등을 각각 펼치고 있다. 두 기업은 태양광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아 사업권을 넘기는 개발 사업도 진행한다. 

두 기업 모두 관련 시설 투자에도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시장 위축은 곧 수익성 악화와 투자 회수 리스크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23억 달러(약 3조2147억 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잉곳-웨이퍼-셀 생산 라인도 올해 안으로 완공한다. 

OCI홀딩스는 올해 3월20일 태양광사업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MSE)를 통해 텍사스주에 2억6500만 달러(약 37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셀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두 기업 모두 자체 공급망까지 구축해 미국 태양광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인허가 중단 움직임은 단기 수익성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를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는 태양광 업체에 제공하던 세액공제 종료 시점을 2027년 말로 앞당겨 중장기 수혜도 사라진 상황이라 한화큐셀과 OCI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종합하면 트럼프발 정책 변화는 시장 축소 차원을 넘어 미국을 전략 거점으로 삼은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의 사업 모델에 전방위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태양광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사막을 비롯해 농지가 아닌 지역에도 태양광 설비를 많이 건설해 정책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 단가도 저렴해지는 추세라 트럼프 정부가 이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에 들어설 태양광 발전량은 약 33기가와트(GW)로 전체 신규 발전 설비 용량의 약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