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인텔 지분 투자'에 의견 분분, 미국 반도체 경쟁력에 효과 불투명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텔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직접 지분 투자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설비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텔에 지분 투자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에 첨단 반도체 공급망 의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려던 설비 투자 지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18일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이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린다.

인텔이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재건 목표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정부 지원은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논평을 내고 “인텔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직접 손을 내미는 일은 반도체 산업에 오히려 악재로 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인텔의 재무 위기를 해소하고 투자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나 TSMC에만 첨단 반도체 생산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유일한 대안인 인텔을 키우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및 연구개발 센터를 건설하는 기업에 제공되는 투자 보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마저 검토되고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은 최근 3년에 걸쳐 400억 달러(약 55조4천억 원)의 현금을 소진했지만 이마저도 파운드리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자금을 들인다고 해도 인텔이 삼성전자 및 TSMC와 기술 및 생산 격차를 줄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인텔은 18A(1.8나노급) 공정을 외부 고객사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려는 계획을 두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올해 양산을 앞둔 2나노 공정과 대결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지면서 18A 공정은 결국 대부분 인텔의 CPU 등 자체 제품을 생산하는 데만 활용되는 상황에 놓였다.

인텔이 결국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면 엔비디아와 AMD,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TSMC나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핵심 산업 공급망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인텔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정부 '인텔 지분 투자'에 의견 분분, 미국 반도체 경쟁력에 효과 불투명

▲ 인텔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기관 DA데이비슨 연구원은 CNBC와 인터뷰에서 “위기에 처한 인텔을 살려내는 데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외국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텔의 회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텔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정부가 불공정한 방식을 활용해서라도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수출 허가나 관세 등 수단을 활용해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에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사실상 강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반도체 및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이 TSMC 수준의 기술력과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고객사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면 결국 이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개입하려던 목적은 기술 패권 강화”라며 “인텔 파운드리 활용을 압박하는 일은 오히려 이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도체 투자 보조금은 바이든 정부에서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추진한 핵심 정책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TSMC, SK하이닉스 등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만약 이들에 돌아가야 할 자금이 인텔 지분 확보에 사용된다면 미국 기업들이 오히려 반도체 공급망을 다른 국가에 더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국 투자 비용에 부담을 느껴 증설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를 앞세워 미국 내 설비 구축을 유도하고 투자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은 줄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질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는 이미 반도체 산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버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