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의 모든 것] 상속재산 분쟁 때 상속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8/20250813083534_92771.jpg)
▲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지난 7월29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 세제 개편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날로 상속이 시작된 것이다.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인 ‘상속세’도 이 시점에서 발생한다. 다만 우리 법은 ‘상속개시일(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와 납부를 완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세금을 내야 할 사람이 신고한 후 그 금액을 납부하는 것과 국세청에서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있다. 상속세는 전자에 해당한다.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자신이 낼 상속세를 계산해 국세청에 신고하고 해당 금액을 납부한다.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는 기간이 앞서 말한 6개월이다. 납세의무자가 납부한 금액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은 세무조사 등을 통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다.
6개월의 기간은 사실 좀 애매한 기간이다. 상속재산이 얼마 없는 경우에는 너무 길고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좀 짧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상속인들 사이에 상속재산 관련 분쟁이 있는 경우이다.
필자는 상속재산 분할이나 유류분 관련 상담을 할 때 해당 소송 기간에 대해 짧으면 8개월이고 2년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상속재산 분쟁은 재산의 감정평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신속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상속재산 분쟁이 생기면 상속세 신고·납부 기간인 6개월이라는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보통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하는데, 첫 번째는 상속인 중 아무도 상속세를 내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 상속재산 관련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에, 상속세 미납으로 상속인들의 재산이 국세청에 의해 (가)압류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속 소송은 진행하되 상속인들이 합의해서 상속세를 미리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상속인 각자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어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는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세의 전액을 먼저 납부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일응 상속재산과 관련한 재판에서 관련 세금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있을 당시 이미 상속세가 모두 납부되어 있는 경우라면, 납부된 상속세를 참작하여 공제한 뒤 유류분액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러면 분쟁이 한 번에 해결하고 상속세도 연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우리 실무와 판례가 유류분과 상속세를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유류분 반환액을 산정할 때는 ‘피상속인이 가진 상속 개시 시점의 채무’를 공제해야 한다. 그러나 상속세는 상속이 시작된 후 각 상속인에게 개별적으로 물리는 조세이다.
즉 상속세는 피상속인에게 물려진 채무가 아니라 ‘상속인’에게 부과된 것이다. 그래서 실무 및 판례에서는 상속세는 유류분 산정시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유류분 가액 산정시에는 상속세가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유류분 반환청구의 소송을 통해 재산을 반환받게 되면 반환받은 재산은 “상속세의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그 결과 유류분 반환이 확정된 후에, 먼저 상속세를 낸 사람이 유류분으로 재산을 반환받은 사람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굉장히 불합리하고 비경제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상속재산과 관련된 소송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소송이 끝난 후 자기가 먼저 낸 상속세를 돌려받기 위해서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추가적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은 소송을 하는 사람과 소송의 상대방 모두에게 시간·금전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이다.
필자도 상속재산분쟁을 진행하면서 위와 같은 상황을 많이 목격해 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불신(不信)’이다.
상속재산 분쟁이 법원까지 온 경우 상속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피해의식’이다. 상대방에 대해 나쁜 감정이 계속 쌓여 왔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진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은 쌍방이 선임한 세무 전문가를 통해, 상속세를 어느 정도까지 정리하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시도를 여러 차례 해 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해결이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합리적인 안을 제시했음에도 의뢰인들이 요지부동일 경우, 의뢰인을 설득하는 것을 잠시 미루어 두고 최대한 빨리 재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종종 의뢰인에게 “왜 법원에서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항의를 받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법원은 상속세 자체가 재판의 쟁점이 된 경우가 아니라면 상속세와 관련된 판단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상속 당사자들이 대승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한 법원은 이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상속인들에게 상속세의 체납 또는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수 있을 명심해야 한다. 고윤기 상속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의 전문변호사 등록심사를 통과하고 상속전문변호사로 등록되어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속과 재산 분할에 관한 많은 사건을 수행했다. 저서로는 '한정승인과 상속포기의 모든 것'(2022, 아템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상속 한정승인 편'(2017, 롤링다이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2016, 양문출판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