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천NCC가 DL그룹의 자금 지원 결정으로 부도 위기를 일단 넘겼지만 유동성 우려는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여천NCC의 지난 6월말 기준 단기차입금과 유산스(무역결제용 기한부 어음)는 약 8945억 원"이라며 "내년 중 만기가 오는 차입금은 약 5175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한신평 "여천NCC 주주사 지원으로 부도위기 넘겨, 유동성 우려는 지속"

▲ 여천NCC가 주주사 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넘겼지만 유동성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여천NCC 여수 공장의 모습. <여천NCC>


오윤재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여천NCC는 미사용 여신 한도와 유형자산 담보를 통한 차환 등으로 이 차입금에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차환이나 만기 연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확대됐다"고 짚었다.

오 수석연구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주사의 지원이 확정되더라도 자체 자금조달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현금흐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천NCC가 한화그룹과 DL그룹의 자금 지원으로 부도 위기를 면했지만 유동성 리스크는 여전히 남았다며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천NCC는 여수 산업단지 내 대규모 석유화학업체 중 하나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원료를 생산한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2021년 4분기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오는 21일까지 약 3100억원의 자금 확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 발생의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50%를 쥔 양대 주주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여천NCC에 대한 지원방식 및 시점에 대한 의견차로 인해 자금지원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유동성리스크가 부각됐다.

더구나 주주사 간 장기공급계약 관련 협상지연, 일부 금융기관의 여신한도 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최근 자금 조달 능력이 저하됐다. 

지난 3월 2천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확충 내지 자금 대여 등 주주사의 추가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차입 만기 대응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 말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의 자금지원과 관련해 이사회 결의를 완료했으나 DL케미칼은 자생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먼저라며 의사 결정을 확정짓지 않았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DL그룹은 지난 11일 2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여천NCC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한신평은 여천NCC에 신용등급 'A-'와 등급 전망으로 향후 강등 가능성이 있음을 뜻하는 '부정적'을 부여하고 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