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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8월 말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큰 부담을 덜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잘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관세 15% 시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창용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용 한숨 돌렸다](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18171937_106568.jpg)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여러 부정적 생각을 많이 했는데 관세협상이 잘 돼 한국 경제에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향후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관세협상이 15%로 타결 안 됐으면 가뜩이나 한미 기준금리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통화정책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구 부총리를 만나 이런 감정을 직접 드러낸 것인데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당장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협상이 애초 미국이 주장한 대로 25%에서 타결됐으면 이 총재는 8월 말 금통위에서 더욱 강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자동차를 예를 들면 관세가 25%로 결정됐다면 미국 수출 확대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생산량 축소에 따른 고용 불안정과 내수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관세협상이 25% 수준에서 끝났다면 이 총재가 경기부양을 위해 더욱 강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관세협상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마찬가지로 15%로 정해지면서 큰 압박이 더해지는 상황을 모면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8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면서도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 국내 가계부채, 집값 움직임 등 여러 변수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경제는 올해 1%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수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7월 금통위에서도 “나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미 기준금리 차는 현재 2.00%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국이 2.50%, 미국이 4.50%로 한국이 더 낮은 것인데 한미 기준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더 높은 금리를 좇는 돈의 특성상 자본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
7월 금통위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자본유출 등 외환수급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내외금리차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절히 유지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도 7월 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 기정 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결국 이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내리느냐, 뒤늦게 내리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코스피 상승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에 따라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점은 이 총재에게 금리 인하의 시간을 벌어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0.8로 6월보다 2.1포인트 올랐다.
4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1년 6월(111.1)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비관적임을 뜻한다.
조금씩 다시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가계부채도 이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선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27 대책’ 이후 7월 증가세가 한풀 꺾였으나 이달 들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8845억 원으로 7월 말 758조9734억 원보다 1조9111억 원 늘었다.
8월 들어 일주일 사이 약 2조 원이 증가한 것인데 일평균 증가(2730억 원) 속도가 7월보다 2배 이상 빨라졌다.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나오기 전인 6월보다도 빠른 속도다.
시장에서도 8월 금통위를 놓고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이날 보고서에서 “이창용 총재는 구윤철 부총리와 만남에서 관세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8월 통방 부담을 덜었다’라고 말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매파적 발언으로 해석하며 8월 인하 가능성이 일부 후퇴 했다”고 말했다. ‘통방'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말한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