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년 만에 돌아온 롯데마트 구리점 '북새통', '학수고대' 했다는 주민 발걸음 사로잡다

▲ 2025년 6월26일 경기 구리 인창동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그랜드 오픈에 앞서 매장 입구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대기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이었다.

경기 구리 인창동에 4년 만에 문을 연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앞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긴 줄이 생겼다. 개장 시간이 오전 10시임에도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는 롯데마트 관계자들도 상상하지 못했다.

습한 날씨에도 주민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구리에만 30년 넘게 살았다는 60대 주부 이모씨는 “대형마트가 생기기를 학수고대했다”며 “4년 동안 마트가 없어 동네 식자재마트나 조그만 슈퍼만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올해 초부터 롯데마트가 다시 들어온다는 얘기가 여러 단체톡방에서 돌았다”며 “월간지뿐 아니라 구리시에서도 적극 알려 이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그 옆에 있던 한 주부는 “오늘 50% 세일을 하니까 다 집어들 것 같다”며 “매장을 탈탈 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거들었다.

구리에 거주한 지 5년가량 된 37세 주부 김모씨는 문화센터에 방문하려 왔다가 깜짝 놀랐다. 긴 줄을 보고 롯데마트가 새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모씨는 “평소에 마트가 없어서 근처에 있는 노브랜드 매장을 다니거나 차를 타고 나가 옆동네인 남양주시에 있는 이마트 도농점을 이용했다”며 “이마저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으로 많이 주문했는데 앞으로는 장을 보러 롯데마트를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4년 만에 돌아온 롯데마트 구리점 '북새통', '학수고대' 했다는 주민 발걸음 사로잡다

▲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내부 과일 매대 모습. 멜론이 한 통에 5990원에 나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9시53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들은 안전사고가 생길 것을 우려해 “물량이 넉넉하니 뛰어다니지 마시고 조심하십시오”, “물량 많아요!”, “천천히 입장해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주민들을 안내했다.

매장 1층은 롯데마트가 밀고 있는 식료품 특화 매장 ‘그랑그로서리’ 포맷이 적용됐다. 전체 매장 면적 3630㎡(1100평)의 90%를 식료품으로만 채웠다. 휴지나 생필품 등 비식품 상품이 설 자리는 10%밖에 없다.

롯데마트는 주변 상권을 분석했을 때 그랑그로서리가 잘 통할 수 있는 매장이라고 판단했다.

구리시 3040세대 가구의 비중을 분석했을 때 전국 평균보다 3.8% 높다는 점, 부모와 자녀 등 3~4인으로 구성된 가구가 많아 생활형 쇼핑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이들을 위해 롯데마트는 ‘편리함’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는 습관이 사라지는 이른바 ‘키친 클로징’ 문화가 확산하는 것에 착안해 전자레인지에 잠시 데우는 것만으로도 한 끼니를 근사하게 해결할 수 있는 ‘델리(간편식)’ 상품을 매장 입구부터 배치했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노려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풍미소’도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았다.

간편식이라고 해서 얕보기도 힘들다.

초밥이나 족발 등을 팔던 기존 대형마트의 간편식 구색에서 벗어나 ‘글로벌퀴진’이라는 코너에서는 세계요리만 45종을 선보인다. 가격도 3990원, 4990원 등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롯데마트의 다른 점포와 비교해도 델리 상품 구성을 50% 확대했을 정도로 신경을 썼다.
 
[현장] 4년 만에 돌아온 롯데마트 구리점 '북새통', '학수고대' 했다는 주민 발걸음 사로잡다

▲ 롯데마트는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1층 매장 면적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웠다. 간편식(델리)와 베이커리, 냉동식품 등에 공을 기울였다고 한다. 사진은 델리 코너에 회초밥 상품이 진열된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인 ‘데일리밀설루션’에도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상품이 가득했다. 프랑스 국민 냉동식품으로 불리는 피카드의 상품 20여 종을 들여왔으며 일본 최대 냉동식품 생산기업인 니치레이에서 직접 공수한 면 4종도 선보였다.

과일과 채소, 축산 등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결코 놓치지 않으려는 상품군에서는 무엇보다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각 분야를 맡고 있는 팀장들의 입에서 ‘지역 내 최저가’라든지 ‘전국 최저가’를 목표로 한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롯데마트가 이를 자신있게 강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구리농수산물시장과 축산물도매시장이 인근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의 채소팀장은 “오이나 가지, 애호박 등은 기후변화에 의해 가격 등락 폭이 큰 채소”라며 “바로 옆 도매시장과 협업해 이를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가격에는 원물 가격보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근처에 구입처가 있다 보니 운송비가 적게 들고 낱개 판매도 하다 보니 포장비도 적게 들어 싼 가격에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매장 곳곳에 대문짝만하게 표시된 상품 가격은 다른 대형마트에서 평소 보기 힘든 가격이 많았다. 소위 ‘오픈빨’이라고 하지만 참외 1개당 990원, 수박 1통 9990원, 대파 1단 990원 등은 요즘 보기 힘든 가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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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축산 코너에서 할인 행사가 시작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2층도 기존과 달라졌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장을 채워넣기보다 고객들이 쇼핑한 뒤 잠시라도 느긋하게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는 것이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2층에는 아동과 관련한 콘텐츠를 대폭 넣었다”며 “완구 전문점인 토이저러스뿐 아니라 탑텐키즈와 같은 아동복 전문매장, 문화센터, 북카페 놀멘서가 등을 들였는데 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토이저러스는 기존 구리점에 입점했을 때와 비교해 매장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콘텐츠 경쟁력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토이저러스 팀장은 “원래 구리점 토이저러스는 전국에서 매출이 두 번째로 잘 나오는 매장이었다”며 “면적은 비록 절반으로 줄었지만 인기 있는 특정 콘텐츠 위주로 소비할 수 있게 매장을 잘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토이저러스 내부는 캐치티니핑과 타요 등 아이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뿐 아니라 레고와 닌텐도, 건담 등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콘텐츠가 각 브랜드별로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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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2층에는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가 자리잡고 있다. 4년 전 매장보다 면적은 절반이 줄었지만 콘텐츠 경쟁력은 오히려 높였다는 것이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중심을 기점으로 오른편에서 보기 힘든 닌텐도스토어가 들어서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마트는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인기 캐릭터 마리오의 굿즈까지 직접 공수해 토이저러스 안에서 선보이고 있다.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도 새 매장의 성과를 기대했다.

강성현 대표는 “한국 그로서리 최대 구색을 준비하기 위해서 하나씩 하나씩 넓혀나가고 있는데 그랑그로서리는 그 척도가 되는 매장”아러며 “안에 보시면 ‘이런 것도 있네’라고 할 수 있는 상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구리점은 원래 1999년부터 2021년까지 구리종합유통시장 건물 일부를 임대해 쓰며 22년 동안 구리 주민들과 만났다. 하지만 임대 재입찰이 논의될 당시 구리시가 다소 비싼 가격을 요구하면서 결국 자리를 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중소유통업체가 롯데마트 자리를 차지했지만 고객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민들에게 외면받았다. 이날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앞에서 만난 고객들의 공통된 반응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것이었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롯데마트 대신에 들어왔던 마트는 너무 별 볼일 없었다”며 “롯데마트가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백경현 구리시장도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정식 개장 행사에서 “과거 구리시가 잘못된 판단으로 롯데마트를 내보내고 다른 마트를 들이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며 “자신의 선거 공약이 대형마트 유치였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언급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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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이 2025년 6월26일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 2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