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티빙이 프로야구 개막시즌에 맞춰 가구 외 계정 공유를 제한하며 수익성 개선에 본격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넷플릭스가 2023년 4분기 계정 공유 단속을 통해 단 1개 분기 만에 유료 가입자를 1300만 명 늘리고 전체 가입자를 2억6천만 명까지 끌어올린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콘텐츠 체급이 다르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 티빙이 같은 방식으로 실질적인 가입자 전환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전략은 같아도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티빙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프로야구 개막 시즌에 맞춘 계정 공유 제한을 통해 수익성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포착된다.
티빙은 적자가 누적되며 재무 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티빙의 영업손실은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 2023년 1420억 원, 2024년 710억 원을 기록했다. 웨이브와의 합병마저 지연되면서 수익성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과제가 됐다.
결국 티빙은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4월2일부터 동일 가구 외 이용자에 대한 계정 공유를 전면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빙은 “계정은 원칙적으로 회원 본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예외적으로 동일 가구 구성원에 한해 시청을 허용한다”며 “주로 시청하는 기기와 동일한 IP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동일 가구로 인식되지만 다른 IP에서 접속할 경우 본인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증을 하지 않으면 시청이 제한된다.
그동안 친구, 연인, 비동거 가족 등 최대 4명이 하나의 계정을 함께 사용하는 ‘계정 공유 문화’가 사실상 관행처럼 이어져 왔지만 이번 조치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티빙은 이번 결정이 유료전환을 유도하고 수익성과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이미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먼저 시행해 효과를 입증한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2023년 계정 공유를 막은 뒤 유료 가입자 수가 15~20% 늘며 뚜렷한 반등에 성공했다. 티빙 역시 수익성과 가입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다만 티빙이 넷플릭스처럼 두 자릿수 가입자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양측의 격차는 분명하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은 물론 글로벌 라이선스 작품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국가와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반면 티빙은 CJENM 계열 방송 콘텐츠와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 제한된 지상파 프로그램에 기대고 있다. 해외 콘텐츠도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감도나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평가는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월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345만 명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켰고 앱 신규 설치 수 또한 56만 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티빙은 MAU가 679만 명으로 감소하며 2위 자리를 쿠팡플레이에게 내줬다. 앱 설치 수에서도 27만 건에 그치며 쿠팡플레이보다 뒤처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계정 공유가 차단되면 오히려 티빙을 떠나 넷플릭스 단독으로 이용하려는 가입자가 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티빙이 4월2일부터 가구 외 계정 공유를 금지한다. <티빙>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단 한 분기 만에 신규 유료 가입자 1890만 명을 끌어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광고를 시청하는 조건으로 이용 요금을 낮춘 ‘광고형 요금제’가 가격 부담을 줄였고 스포츠 생중계 등 실시간 콘텐츠 강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넷플릭스는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에서 광고형 요금제를 운영 중이며 기존 스탠다드 요금보다 약 60%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제공해 ‘가성비 OTT’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티빙은 여전히 월 1만 원 안팎의 요금제를 고수하면서도 콘텐츠 경쟁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기에 계정 공유까지 막히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격은 비슷한데 선택지는 적다’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계정 공유를 차단한 티빙의 승부수는 단기적인 가입자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모바일이나 PC로 경기를 시청하려면 사실상 티빙이 유일한 선택지인 만큼 야구팬들이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프로야구 생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월 5500원 이상의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티빙은 지난해부터 연 450억 원 규모의 한국프로야구(KBO)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했다. 과감한 투자에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시리즈가 열린 지난해 10월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09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다만 스포츠 콘텐츠는 시즌제라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시즌 중에는 트래픽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도 구독자를 붙잡아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티빙이 KBO 중계권을 2026년까지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빙은 주요 콘텐츠 부재 및 네이버 멤버십 종료 영향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며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다만 올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국내에서는 계정공유 제한과 웨이브 합병 효과를 포함해 약 700~8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