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기술이 정부가 펼친 친원전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전기술은 올해도 수주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해외 원전 관련 기술용역 사업으로 이익 성장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탄핵 정국에 따른 경영 리더십 공백 장기화는 사업 불확실성을 주는 요소로 지적된다. 
 
국내 원전으로 수익성 높인 한전기술, 올해는 해외 원전 수주로 날개 달까

▲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4호기 조감도. <신한울원전 3·4호기 주설비공사 홈페이지>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해외 원전에서 설계를 포함한 기술지원 용역 수주를 추가해 올해 영업이익이 올해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기술의 지난해 매출은 55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어나는데 머물렀으나 영업이익은 548억 원으로 91.9%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268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16억 원)보다 12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급격한 이익 증가에는 지난해 4분기 정부가 친원전 정책을 본격화한 것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기술의 발전소 기술용역 사업 가운데 원전은 일반 발전소와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탈원전 정책으로 위축된 원전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관계부처와 경상북도, 울진군은 집중적 협의를 거쳐 11개월 만에 신속하게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지난해 9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경북 울진) 건설 허가를 승인했고 다음달 착공에 들어갔다.

신한울 3, 4호기는 전기출력 1400MW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새울 1, 2호기, 신한울 1, 2호기와 기본 설계가 동일하다.

지난해 한전기술의 전체 영업이익이 증가액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신한울 3·4호 착공의 영향이 실적 확대에 반영된 것을 알 수 있다.

한전기술은 2024 회계연도 결산 요약에서 “국내 대형원전 사업 중심으로 매출비중이 늘어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에서도 상대적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가율이 높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제주한림해상풍력, 인도네시아 가스엔진발전소 등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며 매출 비중이 감소해 이익 증가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전기술이 올해 팀코리아를 통한 해외 원전 수주로 이익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기술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유사하게 폭발적 대호조를 맞이할 것”이라며 “2026년 이후에는 국내 가동원전들의 매출 및 신한울 3∙4 호기 설계 매출과 함께 체코 등 해외 원전 설계 매출을 통해 견조한 증가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바라봤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3월 체코 원전 본계약 이후 2분기부터 관련 매출액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국내 원전 및 UAE 등 해외 신규 원전 수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며 성장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원전으로 수익성 높인 한전기술, 올해는 해외 원전 수주로 날개 달까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팀코리아는 한국이 체코와 폴란드 등에서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전기술과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협력하는 민관협업체이다. 한전기술은 팀코리아 사업에서 원전의 설계를 담당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팀코리아가 올해 해외에서 다수의 원전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코에선 팀코리아가 3월 두코바니 5∙6 호기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테믈린 1∙2 호기 계약도 추진할 것으로 파악된다. 

두코바니 5∙6 호기 계약 가운데 설계에는 5%인 1조 원 규모 지급이 예상되는 만큼 한전기술은 앞으로 10년 동안 1조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2-4기(퐁트누프 2단계)는 팀코리아가 단독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UAE BNPP) 5-6호기의 경우는 팀코리아가 1-4호기를 이미 성공적으로 수행한 성과를 바탕으로 유력한 수주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그동안 친원전 정책을 펼쳐온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향후 해외 원전 수주에는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체코 원전 실무 협상단은 지난해 12월 12∙3 계엄 사태 이후에도 9월부터 시작된 원전기술 점검을 위한 방한을 이어가며 올해 3월 본계약 추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 12·3 계엄사태 후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국내 원자로 건설 및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지연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집중된 상황은 한국의 장기 에너지 로드맵 계획에 필요한 국회의 승인을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기술은 이와 함께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신규 사장의 신임이 지연되며 리더십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2021년 취임한 김성암 한전기술 대표이사 사장은 산업부가 진행한 내부 감사에서 복무 기강 해이 등으로 적발되면서 지난해 10월 이사회로부터 직무정지를 받았다.

한전기술은 지난해 10월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사장후보 추천을 진행했다. 이어 11월8일에는 주총소집을 위한 이사회 소집한 뒤 12월23일 신임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어 새 사장 선임에는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원전을 비롯해 에너지분야 엔지니어링 산업 전반에 걸쳐 구축한 포트폴리오를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관련 사업과 기술개발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